12일 오후 시작된 농협 전산장애가 엿새를 넘도록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대부분 서비스가 복구됐지만 17일 오후까지 일부 서비스가 정상작동하지 않아 농협 고객들의 불편과 불안이 지속됐다.
이날까지 인터넷뱅킹을 통한 카드 거래내역 조회, 카드론이나 일부 카드 결제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복구됐다는 인터넷뱅킹 서비스도 전날 오전까지 펀드 신규가입 등에 차질이 빚어졌다.
농협은 거래가 많은 서비스에 우선을 두고 장애를 복구하면서 일부 서비스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각에서는 거래 내역 중 일부가 훼손됐고 이를 완전 복구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에서도 신용카드 관련 데이터가 일부 손상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상황이다.
◇농협, "주요 시스템은 복구…원장 멀쩡" 강조
농협은 복구 지연에 대해 "주요 시스템은 복구됐지만 여전히 부가서비스 부문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 관계자는 "운영시스템(OS)부터 파일이 모두 날아간 상태"라며 "서버 한 대마다 OS 재설치작업과 애플리케이션, DB재구축이 필요한데 하루 밤에 서버를 몇 개씩 작업하고 있지만 작업량이 많은데다 나중에 거래한 데이터까지 복구해야하는 등 예상치 못한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에 중계서버에 남아 있던 간이원장 거래내역도 일부 훼손됐으나 농협은 가맹점 등의 자료를 토대로 복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농협은 OS와 실행파일이 삭제된 275대의 IBM서버 중 온라인 거래에 사용되는 100여대를 먼저 복구 중이다. 현재까지 핵심 시스템은 복구했지만 ARS를 이용한 신용카드 대출 등 부가서비스를 위한 시스템들의 경우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농협은 "업무에 필요한 시스템이 100개라면 이중 98개는 됐다"면서도 완전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왜 복구 늦어지나
이와 관련 한 IT업계 관계자는 "OS가 날아갔다면 그 안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도 함께 날아간 것"이라면서 "특히 티맥스소프트가 제공한 프로프래임과 관련이 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협 유닉스시스템에서 운영되는 업무 프로그램들은 프로프레임 기반으로 개발됐는데 티맥스소프트가 경영난으로 워크아웃에 접어들어 구축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티맥스소프트 측은 "사고발생 즉시 8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했으며 농협의 OS 재구축이 마무리되기까지 3일 가량 대기하다 프로프래임을 즉시 재구축했다"면서 "우리로인해 복구가 지연됐다는 지적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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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농협은 2차 저장장치인 디스크백업과 3차 저장장치 테이프라이브러리를 함께 가동해 일부 IBM서버에 저장됐다가 시스템 장애와 함께 삭제된 정보를 복원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농협은 고객거래 정보가 담긴 '원장'에는 문제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정보는 원장에 보관돼 있는데, 설계당시부터 모든 거래가 원장에 기록되지는 않는다"며 "장애로 일부데이터가 삭제될 수 있지만 언제든 복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원장이 날아갔다면 기본거래가 안되는데 현재 이뤄진다는 것 역시 원장이 문제없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원장 훼손 등 일부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확인된 바 없으며 신용카드 등 일부 데이터가 훼손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18일부터 원인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과 한국은행은 18일 오전부터 농협 특별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미 조사에 착수한 검찰도 이날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김영대)가 농협 직원과 서버관리 협력업체인 한국IBM 직원 3~4명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외부 해커 개입 보다는 내부 직원이 고의 또는 실수로 장애를 일으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소환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태에 원인을 제공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압축해 이번 주 본격 소환하는 한편 서버 접속기록(로그기록) 등 각종 전산자료와 장애 발생시점의 폐쇄회로TV(CCTV)화면, 출입기록 분석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