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소유규제 95%→50%… 우리금융 이달 매각공고, 산은·KB 참여할듯
김석동표 '메가뱅크'(초대형은행) 구상이 드디어 윤곽을 드러냈다.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속전속결로 진행하되 산은금융지주 또는KB금융(146,500원 ▼1,800 -1.21%)지주 등 국내 다른 금융지주사와 묶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10년이 넘게 지지부진한 우리금융 민영화와 후순위로 밀려 있던 산업은행 민영화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해법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플레이어'를 만들어 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메가뱅크의 '귀환'= 국내 금융권이 4강 체제로 재편된 지난해 말. 금융권 화두였던 '메가뱅크론'이 완전히 사그라드는 듯했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좌초되고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로 방향을 튼 무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마불사형 대형은행 규제 움직임도 영향을 줬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금융정책당국의 수장으로 취임한 올 초부터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해 "시간을 끌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3월엔 "민영화 로드맵을 2분기에 내놓겠다"고도 했다. 대형 투자은행(IB) 육성 구상이 공개되면서부터는 은행권 '메가뱅크론'도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지난 3월 강만수 회장이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하자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이자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 회장은 대표적인 메가뱅크 주창자다. 시장에선 우리금융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과 산은지주 계열인 대우증권,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의 합병설 등이 거론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과 강 회장이 비슷한 시기에 금융 현장에 복귀하면서 메가뱅크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며 "김 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을 자신한 것도 머릿속에 구상이 돼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간 M&A규제 푼다= 김 위원장이 확언한 대로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56.97%) 매각방안 발표는 이달 중에 이뤄질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 지분매각을 위해 금융지주사의 소유 및 지배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산은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입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국내외 금융지주회사가 국내 다른 금융지주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려면 지분 95% 이상을 소유해야 한다는 규제(금융지주회사법 7조1항, 시행령 5조의4, 5조의7)를 50%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독자들의 PICK!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으론 다른 금융지주회사의 우리금융 지분 인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 지분 외에 시장에서 95%에 모자라는 나머지 지분을 공개 매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분을 사는 데 막대한 자금(12조원 이상)이 들어가므로 금융지주간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이 규제를 50%로 낮춰주면 국내외 금융지주사들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내고 정부 지분만 사도 우리금융에 대한 지배권 행사가 가능해 진다. 금융당국 핵심 관계자는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의 규제가 너무 엄격해 우리금융 민영화는 물론 금융지주간 M&A 자체를 가로막아 온 게 사실"이라며 "공공기관이 보유한 다른 금융회사 민영화에도 장애가 되는 만큼 우리금융 민영화를 재개할 때 규제를 완화하는 게 좋겠다는 게 공자위원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산은·KB, 우리금융 '군침'= 금융지주사 소유 및 지배 규제가 완화되면 산은지주와 KB금융은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최근 핵심 경영진들에게 산은 생존을 위해 우리금융을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는 점을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어 회장은 지난 해 7월 회장 취임 직후 우리금융 인수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그룹이 안정화되기 이전까진 대형 M&A에 나서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섰었다.
하지만 최근 실적이 급격히 호전된 데다 내부 유보금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실탄' 마련이 충분한 상황이어서 우리금융 지분 매각 입찰이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선 그러나 이런 메가뱅크 구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나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산은금융이 인수할 경우 사실상 정부 소유의 대형 국책은행이 탄생하는 셈이어서 민영화가 아닌 '국유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정권 말기에 금융 산업의 판도를 바꿀 대형 M&A가 가능하겠냐는 시각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당초 지난 2일쯤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려 했으나 이를 미룬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산은금융이나 KB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고 두 금융지주사 중 하나가 우리금융을 가져갈 경우 생길 수 있는 여러 시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