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원의 '낙하산' 꼬리표

[기자수첩]금감원의 '낙하산' 꼬리표

박재범 기자
2011.07.26 14:00

"또 낙하산이요? 그럼 우린 뭘 하면 되죠?"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답답함을 토로한다. 최근 TV홈쇼핑 준법감시인으로 금융감독원 출신 간부들이 선임된 것을 두고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서다. '낙하산' 관행을 없애기 위해 전·현직 임직원을 금융회사 감사로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금감원인데 또 '낙하산'이라니 놀랄 만한 일이었다.

속은 이렇다. 금융회사들은 준법감시인을 고용하도록 돼 있는데 올 1월 개정된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라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TV홈쇼핑도 도입이 의무화됐다. 이 틈을 타 낙하산을 보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언뜻 보면 그런데, 금감원도 한 말은 있다.

법상 TV홈쇼핑의 준법감시인 자격 요건은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이거나 기획재정부·금융위·금감원에서 2년 이상 근무하고 퇴임한 지 2년이 지난 사람'이다. 법상 갈 수 있는 사람이 간 거다. 게다가 오래 전 금감원을 떠난 이들이 일자리를 찾은 것에 불과하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낙하산'이란 단어 하나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금감원 4급 이상(5~6년차 선임조사역) 직원에 대해서도 재취업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과 맞물리면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런 잣대를 들이대면 금감원 출신은 어떤 직장도 갈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이들의 넋두리는 이어진다. 예컨대 금감원 출신 인사는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일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자동차보험은 정비업체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만큼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다 때려 치고 농사지으면 되지 않냐고 푸념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농축산물의 선물 거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약'이다. '낙하산' 노이로제가 금감원의 자업자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쉽게 '낙하산'이란 꼬리표를 붙이지 말자. '낙하산'과 전문가의 재취업 정도는 구분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 않다면 지금도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채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있는 진짜 '낙하산'들이 비웃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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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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