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업무 모르는데 10억 받는 농협회장

[광화문]업무 모르는데 10억 받는 농협회장

채원배 금융부장
2011.09.23 08:41

비상임이고, 업무도 잘 모르는데 '7억∼12억원'이라는 거액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농협중앙회 최고책임자(CEO)인 최원병 회장이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사상 최악의 금융전산망 마비사태가 빚어졌을 때 "비상임이라서 업무를 잘 모르고, 한 것도 없으니 책임질 것도 없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최 회장은 돈 다루는 업무(농협 신용사업)에는 밝지 않지만 돈을 밝히는 회장이라는 비난을 면기 어렵게 됐다.

강봉균 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그의 연봉은 12억6000만원이다. 농협은 "사실과 다르다"며 최 회장의 연봉이 7억원 정도라고 해명했다.

7억원이든, 12억원이든 분명한 것은 비상근인 농협 회장의 연봉이 상근인 국책은행장의 연봉에 비해 훨씬 많다는 점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산하 금융기관의 기관장 중 지난해 기업은행장이 4억83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았고, 산업은행장과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4억5100만원,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은 2억7100만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각각 2억5700만원을 각각 받았다.

그런데도 농협은 회장의 연봉이 국책은행장과 비교해 결코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최 회장뿐 아니라 농협중앙회에는 1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직원이 600명을 넘고, 회원조합의 경우도 억대 연봉자들이 3000명을 넘는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런 농협에 대해 정부는 4조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하고 국회는 더 줘야 한다며 밀고 당기고 있다. 경제사업과 금융사업 분리를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에 따라 경제사업 활성화에 필요한 자본금을 지원받는 것이다.

국민 혈세 4조원을 받으면서도 죄송한 기색은 없고 맡겨놓은 빚달라는 듯이 더 달라고 아우성친다. 최 회장은 21일 열린 국회 농식품위에서 "지금도 (농협이 지원을 요청한) 6조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재정도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농협과 최회장에게서 염치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까 더욱 걱정된다.

농협의 몰염치가 버젓이 통하는 곳이 국회다. 예산이 적정한지 따져 묻고 한 푼이라도 줄여야 할 국회의원들이 농협 편을 들고 있다. 최인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 농업정책에 무성의한 정부라는 비난을 다시 한 번 받게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같은 국회의원들의 처사는 농협과 농민의 표만 의식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통상 정부는 공적자금을 지원할 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해왔다.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은행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게 단적인 예다.

하지만 정부는 혈세를 투입하면서도 농협에는 어떠한 구조조정을 요구하지 않았고 지원조건도 명시하지 않았다. 특혜지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4조원의 지원금으로 농민들이 잘 살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벌써부터 '과연 그게 잘 될까'라는 우려가 드는 건 왜일까. 아마도 그건 역대 농협 회장들이 줄줄이 비리혐의로 구속되고, 농협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막대한 혈세가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국민들과 농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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