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1년 5월 14일. 경북 경산군 고산면(현 대구 수성구) 매호 건널목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열차 간 추돌 사고가 발생해 55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겉으로는 후행 열차의 추돌 사고였지만, 실제 운행 방향을 고려하면 정면충돌이었다. 앞서가던 열차가 돌발상황으로 후진하던 중 뒤따르던 열차와 맞부딪혔기 때문이다.
사고는 오후 4시쯤 발생했다. 부산발 서울행 116호 특급열차는 매호 건널목 약 100m 전방에서 철로에 있는 오토바이를 발견하고 급제동했으나 약 540m를 밀고 간 뒤에야 멈춰 섰다. 이후 기관사는 사고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열차를 후진시켰다.
당시 경산역에서는 116호 열차에 먼저 길을 내어준 부산발 대구행 302호 보통급행열차가 이미 출발해 뒤따르던 상태였다. 결국 두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302호 열차는 116호 열차의 8~9호 객차를 들이받은 뒤 7호 객차 위로 올라타 그대로 뭉개버렸다. 희생자 대부분은 116호 열차 7~9호차 객차 승객들이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열차까지 동원한 현장 검증이 실시됐다. 두 기관사의 과실 비율을 따지기 위해 충돌 지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한국 수사 역사상 처음으로 컴퓨터가 활용됐다.
조사 결과 사고는 사실상 인재였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경보기를 무시한 채 건널목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사고 직전 동승자와 함께 도주했다가 뒤늦게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는 "커브 때문에 열차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116호 열차 기관사와 부기관사는 열차 후진 사실을 관제소에 알리지 않았다. 이들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구속돼 각각 금고 5년과 3년을 선고받았다.
뒤따르던 302호 열차 기관사도 신호를 무시하고 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지점에 설치된 자동폐색신호기(ABS)는 전방 6㎞ 이후에 열차가 있으면 청색, 4㎞ 앞에 열차가 있으면 황색 신호가 켜졌다. 황색 신호에서 후행 열차는 시속 45㎞로 서행하며 전방을 주시해야 했다.
2㎞ 이내에 열차가 있을 경우 적색 신호로 시속 15㎞로 서행해야 했다. 사고 당시 현장 신호기에는 '적색' 신호가 점멸돼 있었다. 하지만 302호 열차 기관사는 신호를 확인하지 않고 시속 80㎞로 내달렸다. 중상을 입은 그는 재판에서 금고 5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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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철도 인프라도 사고 원인 중 하나였다. 경제 성장으로 철도 수송량은 급증했지만, 선로와 운행 체계 확충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경부선 열차 간격은 불과 2~3분 수준으로 짧았다. 302호 열차도 116호 열차가 떠나고 2분 뒤에 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이후 당시 철도청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참사가 발생했던 매호 건널목에는 지하도가 건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