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임원 필수 코스 배제..뒤숭숭한 한은

[현장클릭]임원 필수 코스 배제..뒤숭숭한 한은

신수영 기자
2012.02.2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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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김중수式 한은 인사, 내부선 3중 충격

요즘 한국은행 근처 북창동의 술집에 술이 동이 났다고 합니다. 얼마 전 정기 인사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인사로 술자리가 잦아지기도 했지만 이번 인사의 충격이 상당해서라고 합니다.

한은 직원들이 인사에 충격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김중수 총재는 지난 2010년 취임 후 직군제를 폐지하고 젊은 직원들에 대한 발탁인사를 실시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해왔습니다.

지난 21일에 발표한 정기 인사도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특히 이번에는 부총재와 부총재보, 국장 등 임원과 고위 간부들의 인사가 대거 이뤄지면서 충격이 배가 됐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김 총재는 이른바 '로열패밀리'를 배제하고 연공서열을 파괴했습니다. 그동안 한은에서 정책기획국, 조사국, 금융시장국 등 세 부서는 임원(부총재, 부총재보)을 배출해온 주요 부서로 꼽혔습니다. 이들 부서들은 통화정책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공식이 깨졌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세 부서 출신이 아닌 부총재를 임명한 것입니다. 신임 박원식 부총재는 통화정책보다는 인사, 조직 관리를 주로 담당해왔습니다. 부총재보 네 자리에도 전례에 비춰 당연히 부총재보 자리를 놓고 경합할 줄 알았던 국장들이 모두 배제됐습니다.

기존 핵심 부서들의 반발이 없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매달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하게 되는 부총재의 전문성을 우려하는 얘기마저 들립니다.

반대로 '통화정책은 한은 전 직원이 참여하는 것이지, 어디 일부 부서만의 몫이냐'며 반박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한은 내부에서 부총재가 통화정책만 알고 안살림을 모른다는 불만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번 인사로 한은 내부 경영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 기대가 생긴 것입니다. 작년에 김 총재가 직군제(조사통계, 통화정책 등 5개로 부서를 나눠 5명의 부총재보에 각각 총괄을 맡김)를 없앤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한 한은 관계자는 "핵심 라인으로 통하던 부서가 있었는데 그 틀을 완전히 뒤집었다"며 "부총재에서 한번 놀라고 부총재보에서 또 한 번, 그리고 국·실장에서 다시 한 번 등 삼중으로 충격을 받으면서 직원들 동요가 크다"고 전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김 총재 부임 후 줄곧 이어진 연공서열 파괴가 이번에도 이어지면서 가슴이 쓰린 임직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당장 부총재만 해도, 기존 부총재보들 가운데 가장 젊은 박원식 부총재(1956년생, 1982년 한은 입행)가 됐습니다.

신임 부총재와 국장들의 나이도 서너 살 더 낮아진 데다, 조사국장 등 통상 1급이 차지했던 세 자리가 2급으로 채워지게 됐습니다.

이번 인사를 두고 김 총재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자신의 인사들로 주요 요직을 채웠다는 비난과 함께, 보수적인 한은 조직에 변화와 개혁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엇갈립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부작용입니다.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변화가 내부사기를 꺾고 총재 한 사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앞서 관계자도 "인사의 진폭이 너무 커 모두들 총재의 입만 쳐다보고 있게 된다면 조직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사의 연속성도 한은 임직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이번에 김 총재가 싹 바꿔버린 조직의 구도를 다음 총재가 뒤엎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내부 저항이 보태진다면 되돌림의 강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총재는 4년을 하고 가지만 우리는 평생 몸담는 곳'(한 말단 직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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