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가족의 좌충우돌 재테크]
"얘, 우리도 즉시연금 가입 한번 해볼까? 부자들도 많이 들고 그렇게 좋다지 않니." TV를 보고 있던 나정보 씨에게 할머니 엄청나 씨가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말을 건넸다.
"할머니, 그거 절판됐다고들 하던데요. 이젠 돈 있어도 못 든다고." 정보 씨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야, 그게 그렇지 않아. '무제한 비과세'를 해주지 않기로 한 거지 2억 원 이하이면 상관없다고." 삼촌 신용 씨가 아는 척을 하며 끼어들었다.
"삼촌, 아닌데. 은행에서 안 판다고 뉴스에 나왔잖아. 그런데 즉시연금이 뭐가 좋아서 이렇게 난리인거지?" 정보 씨는 이참에 즉시연금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즉시연금이 뭐길래=즉시연금이란 목돈을 맡기고 매달 얼마씩을 월급(연금)처럼 받는 상품이다. 이자만 받고 원금은 나중에 돌려받는 상속형과 원금과 이자를 함께 받는 확정형과 종신형이 있다. 여기서 확정형은 일정 기간을 정해서 연금을 받고, 종신형은 죽을 때까지 받는 것이 차이다.
이 가운데 최근 금융권에서 매진 사태가 벌어진 것은 상속형 즉시연금이다. 정부가 세법을 개정한 것이 계기였다. 그동안 즉시연금을 포함한 장기 저축성 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15.4%의 이자소득세가 면제(비과세 혜택)됐지만, 오는 15일부터는 2억원 이하에만 비과세 혜택이 유지된다.

이에 따라 세법이 바뀌기 전인 15일 이전에 즉시연금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판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즉시연금 중에서도 종신형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유지키로 했다. '상속형'에만 비과세 축소의 칼날을 들이댄 것은 상속형 즉시연금이 은행 예금처럼 이자를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원금은 비과세로 자식에게 물려주는 절세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판단에서다.
◇'2억 초과 저축성 상품'은 비과세 혜택 없어진다=사실 이번 세법 개정이 즉시연금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비과세 축소는 일시납(보험료를 한 번에 납입)을 기준으로 2억원을 초과하는 장기 저축성 보험에 모두 적용된다.
한 번에 납입하려는 금액이 2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15일 이후에 가입해도 전과 마찬가지로 이자소득세가 면제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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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번에 정부가 과세 요건을 강화한 저축성 보험이란 무엇일까. 보험사에서 파는 저축성 보험에는 연금저보험과 순수 저축성이 있다. 연금보험은 다시 소득공제가 되는 연금저축보험과 비과세 혜택이 있는 일반연금보험(납입 보험료가 주식 및 채권에 투자돼 수익률에 따라 보험금이 변하는 변액보험과 보험금이 정해져 있는 정액보험)으로 나눠볼 수 있다.
즉시연금은 바로 이 '일반연금보험'의 한 종류로 젊을 때 차곡차곡 연금을 붓지 못한 예비 은퇴자들을 위한 틈새상품이다. 즉시연금의 장점은 연금에 미리 가입하지 않았던 예비 은퇴자들도 노후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타 저축성 보험의 경우 장기간 가입을 통해 낸 돈(납입한 보험료) 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받으면서 사망 등 약간의 위험에 대한 보장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어떻게 가입하면 유리할까..종신형·월납형 등은 과세대상서 제외=상속형 즉시연금이나 그 외 장기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고 싶다면 앞으로는 '과세한도 2억원'에 맞춰 전략을 잘 짜야 한다. 만일 3억 원이 있다면 계좌를 분리해서 넣을 필요가 있다. 3억 원을 한 번에 일시납으로 내면 3억 원 전액에 세금이 부과되지만 쪼개서 넣으면 '2억원을 넘는' 시점에 과세된다.
예컨대 2억 원을 먼저 가입하고 다른 계좌에서 1억 원으로 가입하면 1억 원이 과세 대상이다. 반대로 1억 원 계좌를 먼저, 2억 원 계좌를 나중에 만들었다면 뒤의 2억 원에 대해 세금이 부과된다.
같은 6억 원으로 두 개의 계좌에 가입할 경우를 보면, 3억 원과 3억 원으로 가입하면 둘 다 과세되고 2억 원과 4억 원으로 가입하면 4억 원에만 과세가 된다.
부부끼리 각각 2억 원씩을 나눠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부부가 각각 개인별 한도 2억 원을 채우는 것이다.

강화된 과세 요건에서 '예외'를 인정받는 상품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죽을 때까지 원금과 이자를 나눠받는 '종신형'과 보험료를 한 번에 내지 않고 매달 내는 월납 상품은 비과세 혜택이 유지된다. 정부는 종신형과 월납의 경우에는 아무리 액수가 크더라도 과세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단, 종신형의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는 보증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가입한 사람이 사망 시까지 보험금(연금)이 나오는 종신보험은 가입 후 너무 일찍 사망할 경우에 대비해 '보증기간'을 둔다. 보증기간이 10년이라면 가입 후 3년 만에 가입한 이가 사망하더라도 10년까지는 보험금(연금)이 나온다.
비과세를 받으려면 통계청장이 해마다 발표하는 평균수명(기대여명) 이내에서 보증기간을 정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통상 10년, 20년, 30년, 100세 등의 보증기간을 두고 있으니 이에 맞추면 된다. 예를 들어 2011년 기준으로 60세는 84.21세를 살 것으로 기대되므로, 10년이나 20년 보증기간을 택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증기간이 길수록 매달 받는 연금액수는 작아진다.
◇이밖에 주의할 점은=새로 바뀐 세법에서는 중간에 계약자를 바꾸거나 상품 내용이 바뀌면 새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연금전환 옵션이 붙은 종신보험이 한 예다.
최근 많이 출시된 이런 상품은 '연금전환' 특약을 공짜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많은 가입자들이 '나중에 연금전환을 하는 것'이 가능한 상태로 계약이 체결돼 있다. 이런 상품은 30세에 종신보험에 들어 매월 얼마씩 30년을 납입한 뒤 60세에 연금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이 경우, 60세부터 연금보험에 '새로' 가입한 것으로 간주돼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다시 '10년 계약 유지' 기간을 채워야 한다. 중간에 보험 계약자가 바뀌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머니가 내주던 보험료를 자녀가 성인이 돼서 자신이 내는 것으로 계약을 바꾸게 되면 이때부터 다시 10년이 지나야 한다.
단, 이는 기존 가입자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고 오는 15일 이후 새로 계약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
한 가지 더. 장기 저축성 보험처럼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상품에서 얻은 소득은 얼마가 됐든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당장 올해부터 금융소득 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 낮아지면서 비과세 상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진 상황이다.
단, 15일 이후에 가입한 경우라면 일시납 기준 2억원 이하만 비과세로 잡힌다. 따라서 2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서 얻는 소득은 이자소득세가 부과되고, 금융소득에도 포함된다.
◇유동성 고려해서 신중히 가입해야=즉시연금 등 저축성 보험들은 은행이나 증권의 방카슈랑스 창구를 통하거나 아니면 보험사 설계사들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현재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많은 보험사들은 이달 판매 분이 소진돼 가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3월부터는 다시 판매된다.
최근 즉시연금 열풍과 관련, 전문가들은 절세만을 위해 자신의 유동성을 고려하지 않고 상품에 가입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상품은 투자기간이나 수익률 등이 모두 다르므로 단순히 세금만을 고려해서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섣불리 투자했다가 필요한 돈이 묶이지 않도록 계획을 잘 짤 필요가 있다는 것. 비과세 혜택이 있는 장기 저축성 보험들은 2억원 이하로 가입했다 하더라도 10년 이전에 조기 해약하면 원금보다 적은 돈을 가져가게 된다. 낸 돈에서 각종 사업비 등이 미리 제해진 데다가 비과세가 아닌 과세 대상으로 바뀌어 세금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