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한다. 금융소비자들이 내 돈을 지키기 위해 금융회사를 감시해 달라고 만든 기관이다. 금융회사들이 금감원에 내는 감독분담금도 사실은 금융소비자들의 돈이다.
일부 금융회사들은 자기들이 내는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금감원이 오히려 자기들에게 이른바 '갑질'한다고 하지만 '갑질'한 것은 맞는지 몰라도 분담금을 자기들이 냈다는 것은 틀렸다. 그 돈은 엄밀히 금융소비자가 낸 돈이라고 해야 맞다.
최근 금감원을 '금융소비자보호원'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이런 말들이 나온다. 금감원의 최근 모습이 소비자보호원 같다는 얘기다.
소비자보호도 물론 금감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또 소비자보호는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화두였다. 탐욕적 금융회사에 당한 소비자들의 권리를 찾아야 했고 금융회사의 탐욕을 막는 것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지키는 것이기도 했다.
우리 금감원도 그 방향에 충실했다. 수수료가 사라지거나 인하됐고 금리는 낮아졌다. 잘 몰랐던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서 알려줬고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차별이 철폐됐다.
그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금융회사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경기가 안좋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소비자보호 바람도 영향을 줬음은 분명하다. 수수료 내리고 금리 깎고 이익 많이 낼 수는 없다.
여전히 금융회사들이 1년에 수조원을 벌고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지금의 수익성이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국내 은행들의 ROA(총자산순이익률)는 지난해말 0.47%였다. 뱅커지(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 100대 은행에 포함된 우리나라 은행 6곳 중 ROA가 1을 넘는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국가별로 ROA가 1%를 넘는 은행이 한 곳도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회사의 건전성, 즉 수익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 몇 달 전 금감원장이 "정당한 수수료는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수수료 인상을 용인하는 것이냐'며 뭇매를 맞았다. 금융회사의 자기 반성이 먼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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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부분도 있고 금융당국의 등을 떠밀어서기도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돈을 못 버는 만큼 비용 줄이고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경영진의 연봉을 줄이고 경쟁을 위해 과도하게 확장했던 점포도 축소한다. 내년까지 적지 않은 고통을 수반한 몸집 줄이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젠 소비자보호도 중심을 잡아가야 한다. '소비자에게 무조건 유리한 것'이 '소비자보호'는 아니다. 블랙컨슈머까지 지켜주는 과잉보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 또 부당한 차별을 없애라는 것이 정당한 차별, 즉 가격의 차이까지 없애라는 것도 아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흔들리면 소비자 보호도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