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은행 간섭 피하려다 법원 간섭 받을 판

동양그룹, 은행 간섭 피하려다 법원 간섭 받을 판

박종진, 김상희 기자
2013.09.24 18:18

금융당국, 제2의 동양그룹 사태 막아라..다음달말 개선방안 발표

동양그룹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리면서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같은 시장성 차입에 의존하는 일부 기업들의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은행의 간섭을 피하려고 은행 돈을 안 썼지만 그 결과 정작 회사가 망할 처지에 몰려도 나서서 도와주는 은행이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제2의 동양그룹 사태를 막기 위해 대기업 집단과 은행 간에 맺는 현행 재무구조개선 약정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다음 달 말 발표할 계획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그룹이 국내은행으로부터 신규 자금 지원 등 유동성을 공급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동양(966원 ▼19 -1.93%)은 그동안 CP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다 쓰며 주채무계열 선정을 피했다. 주채무계열이란 금융권 총여신의 0.1%(올해 기준 1조6152억원)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집단으로서 주채권은행이 재무구조를 살펴 부실하다고 판단하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야 한다.

동양은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해 이 같은 은행의 간섭을 받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무려 1200%를 넘어서는 등 재무구조가 최악으로 치달아도 연 이율 8~9%대의 CP를 찍으며 버텼다.

결과는 참담하다. 하루하루 결제할 어음을 걱정해야할 만큼 벼랑 끝에 몰렸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동양의 은행권 여신은 5000억원에 불과하다. STX의 경우 은행들이 이미 수조원 넘게 물려있어 지원에 나섰지만 동양은 도와줄 이유가 없다.

동양그룹 본사 전경/머니투데이 자료사진
동양그룹 본사 전경/머니투데이 자료사진

동양과 마찬가지로 현대그룹 역시 주채무계열에서 빠져 있다. 주력인 해운업황이 나빠지며 최근 수년간 위기설에 시달렸다.현대상선(21,350원 ▼950 -4.26%)은 은행권 총 여신이 고작 3400억원에 불과하다. 대신 회사채가 2조1000억원, CP가 8500억원에 달한다. 시장성 여신 쏠림 현상은 동양보다 더 심하다.

다만 현대상선은 쓸 수 있는 현금을 8000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어 당분간 별 문제가 없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2800억원도 차환 발행된다.

동양, 현대그룹과 달리 동부그룹은 주채무계열에 포함돼 현재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과거 어려움을 많이 겪어봐서 은행 대출과 회사채 등을 균형 있게 나누고 있다"며 "10년 이상 위기를 견뎌온 만큼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총여신 1조5000억원 중 회사채가 5400억원, 동부제철은 총여신 2조8000억원 중 6000억원이 회사채다. 이중 동부건설은 올해 만기 분 4300억원을 이미 거의 다 갚았다. 동부제철은 내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2600억원을 차환 발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동양그룹처럼 시장에만 의존하는 행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재무구조개선 약정 제도 전체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을 현행 0.1%에서 0.05% 혹은 0.075%로 낮추는 방안, 자산 5조원 이상·부채비율 200% 이상 기업집단을 모두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또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사전에 같이 논의할 수 있도록 주채권은행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재무구조개선 약정과 이행과정 등 기업 상시 감시와 구조조정 방안 전반의 개선점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말 개선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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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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