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단골 은행, 사고 없는 은행"

"사고 단골 은행, 사고 없는 은행"

김진형 기자
2014.02.27 05:40

[우리가 보는 세상]신한의 독주를 누가 막을 것인가

농협은행, 신한은행의 전산마비부터 시작해 국민은행의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100억원대 국민주택채권 횡령, 카드사 및 시중은행의 고객정보 대량 유출 , KT-ENS 사기대출 사건까지 작년 초부터 올해 초까지 딱 1년을 끊어보면 유례없는 사고의 연속이었다.

최근에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도쿄지점에서도 700억원 이상의 불법대출이 발견돼 금융당국이 특별검사에 들어갔다. 이어달리기라고 할 정도다. 진정되나 싶으면 바통을 이어받아 달리고 있다.

경찰이 있어도 범죄는 계속되듯 금융당국의 감시에도 금융사고는 늘상 일어난다. 하지만 최근 1년의 사고는 무심하게 보기엔 공통점들이 있다.

우선 '자살골'이다. 그것도 골키퍼들의 자살골이다. 골키퍼를 분명히 세워 놨는데 감독이 안보는 사이 골키퍼가 자기 골대에 골을 넣어 버린 사고들이 많았다. 금융당국과 경영진들이 관리책임 때문에 말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책임을 다 뒤집어쓰기엔 억울한 이유다.

공통점은 더 있다. 사고가 터진 은행에서 또 터졌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계속된 사고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은행들이 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이들 은행들엔 '단골'이니 '개근'이니 하는 비아냥섞인 별명까지 붙었다.

반면 잇따른 사고에 거의 등장하지 않은 은행도 있다. 신한은행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작년 전산망 마비 사태가 벌어지긴 했지만 자살골이 아니라 해킹사고였고 수습도 빨랐다.

'사고 단골 은행'과 '사고 없는 은행'들 사이엔 무슨 차이가 있을까. 특정 팀에서 자살골이 계속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범삼치 않은 일이다.

금융권에선 그 차이를 '문화'로 설명하는 이들이 많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에 현장검사를 나가면 '신한은행은 우리와 뭐가 다르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그 차이로 '로열티'를 꼽는다. '조직 수장'에 대한 로열티가 아니라 '조직 자체'에 대한 로열티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신한맨'이라는 호칭을 쓰는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또 '신한 사태'로 흠집이 좀 났지만 여전히 금융권엔 알게 모르게 신한 배우기, 신한 따라잡기가 존재하고 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리스크관리시스템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은행들이 있다. 다 가르쳐 줄 수 있다. 하지만 운영의 결과가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과 문화의 차이는 따라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최근 몇 년 새 조직문화가 급격히 무너졌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민은행이 '사고 단골'의 불명예를 안았다는 점은 문화로 사고를 설명하는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리고 현재까지 신한에 맞설 유일한 후보였던 KB금융의 흔들림은 앞으로 상당기간 '신한의 독주'를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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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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