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무죄라는건 말이야..."

[우리가 보는 세상] "무죄라는건 말이야..."

김진형 기자
2014.06.16 06: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무죄라는건 말이야. 죄가 없다는 뜻이 아니야. 죄가 있는걸 증명하지 못했다는 말이지."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개과천선'에 나오는 대사다. 극중 국내 최대 로펌의 대표를 맡고 있는 차영우(김상중 역)의 말이다. TV에서 이 대사를 들었을 때 떠오른 이름, '김광수'였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6개월을 무보직으로 지냈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그는 지난주 금융위 내부망에 A4 한장짜리 인사말을 남기고 공직을 떠났다. 1984년 공직에 들어온지 30년 만이고, 2011년 억울하게 구속된지 딱 3년 만이다. (6월7일 구속됐던 그는 7일 이후에 퇴임하고 싶어했고 9일 공직을 떠났다.) 무죄 판결 후 금융위로 복귀한걸로 따지면 반년 만이다. 6개월간 명함도 없었던 '김광수'는 '전(前) 원장'이란 타이틀로 영원히 남게 됐다.

복직한 후 그는 여러 자리의 후보로 거론됐다. 기업은행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최근에는 서울보증보험 사장 후보로도 이름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어느 곳도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능력이 안돼 임명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숱하게 많다. '관피아'를 척결하자는 판에 기업은행장 등 산하기관장은 언감생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어느 자리에도 갈 수 없었던 결정적 이유는 '능력 부족'도, '관피아' 때문도 아니었다.

'무죄의 의미' 때문이었다. 법조계 출신들이 자리잡고 있는 청와대 인사, 민정 라인에서 '무죄'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죄나 잘못이 없음'이 아니었다. 차영우 대표가 정의한 '죄가 증명되지 않았음'이었다. 한번 형사소추를 받았다는 점 만으로도 김 전 원장은 '결격'이었다. 뭔가 처신에 문제가 있었으니 대한민국 검찰이 기소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1심에서는 '유죄' 판결이 나왔단 사실은 결정적 결격 사유였다. 대법원의 최종 무죄 판단이나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김 전 원장의 능력은 설 자리가 없었다.

백번 양보해 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과 올바른 처신을 요구하는 나름의 인사 원칙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국무총리 인사를 놓고 벌어진 논란들을 보면 '인사 원칙'이라기 보단 일반적 상식과의 '괴리'라는 생각에 자연스레 이르게 된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 후 5개월간 16억원을 벌었다'는 사실을 검증 과정에서 몰랐을리 없음에도 임명한 것부터 그렇다. 그 정도의 수임료는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에겐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국민들의 일반 정서로는 심각한 전관예우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창극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글들을 둘러싼 논란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많은 정치적 고려가 필요한 '1인지하 만인지상'의 국무총리와 일개(?) 1급 공무원 인사를 비교하느냐고. '무죄는 죄를 증명하지 못함'이라는 법률적 정의가 아니라 '무죄는 죄가 없음'이라는 일반적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면 '인사 참사'는 늘 재현될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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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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