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 연금저축 시장을 두고 은행·증권·보험업권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조짐이다. 싸움을 시작한 쪽은 증권사들이다. 다음 달 중순경 '연금저축 갈아타기' 간소화가 시작되는데, 주도권을 쥐려는 증권사들이 잇따라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금저축은 연금저축신탁(은행), 연금저축보험(보험사), 연금저축펀드(증권사)로 나뉜다. 앞으로는 A사에서 B사로 연금저축 계좌를 옮기고 싶으면 B사만 방문하면 간편하게 갈아탈 수 있다.
시장규모를 보면 보험사가 80조원으로 월등히 앞서고, 은행과 증권사는 각각 13조원, 7조원이다. '꼴찌'를 하고 있는 증권업계는 제도 변경을 계기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짰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단기 수익률 위주로 타업권 상품과 단순비교를 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일례로, 연금저축보험의 경우 보험상품 본질적 특성상 계약 초기 사업비(설계사 수당)가 많이 나가는 탓에 초기년도 수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이 딱 이 구간 수익률을 단순비교하면서 객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는 원금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2000년 초중반 '펀드열풍'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빚으며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금투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6년 새 100만개의 펀드계좌가 사라졌다.
연금저축보험은 기대 수익률이 높진 않지만 노후에 안정적인 연금이 필요한 소비자에게 적합하다. 또 최저보증이율(1.25%~2.5%)이 적용되기 때문에 원금손실 가능성이 전혀 없다.
보험·펀드·신탁은 상품별로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타업권 가입고객을 빼오기 위해 '흡집내기'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부 증권사는 벌써부터 지점당 할당 목표치를 제시하고 전직원을 캠페인에 동원했다. 사원 1인당 1000만원, 과장 이상은 5000만원 이상의 무리한 할당을 제시해 구설에 올랐다.
보험업권 관계자는 "'갈아타기'는 고객 편의를 높이려는 제도인데, 증권사들의 영업행태를 보면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면서 "소비자는 뒷전이고 자칫 증권사를 위한 갈아타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