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가장 시급하게 없애야 할 문화가 '상후하박(上厚下薄)이다"
최근 은행권의 채용 확대 방침에 대한 한 은행권 인사의 목소리였다. 발단은 지난 1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업협회장들과의 만찬 회동이었다. 식사 직후 최 부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마치 입을 맞춘 듯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불과 2주일만인 지난달 29일 주요 시중은행들은 '작년보다 채용을 배로 늘리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내용을 뜯어보면 규모를 늘리는데 안간힘을 쓴 흔적이 드러난다. 청년 일자리의 핵심인 대졸 공채는 KB국민은행이 110명, 신한은행은 80여명 정도다. 다만 신한은행은 시니어 직원들을 위한 '전담관리직' 220명을, 국민은행은 경력단절여성 200명을 포함시켜 전체 채용 규모의 '포장'을 800명과 1000명 정도까지 늘렸다.
올해 초 일찌감치 대졸 공채를 1년 만에 2배(220→400명) 가까이 늘리겠다고 밝힌 IBK기업은행의 '선견지명'이 눈에 띌 정도였다. 지난해 공공기관 재지정 후 예산·채용 등에서 여유가 크게 줄어든 탓에 의구심을 가진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다른 건 졸라매도 채용은 풀자'던 권선주 행장이 결과적으로는 옳은 결단을 한 셈이 됐다.
최근 발표된 은행권의 '고임금' 통계 역시 상후하박 현황의 해소 필요성을 높인다. 주요 시중은행 남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고, 근속 연수 역시 20년 안팎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직원들보다 책임자급 이상의 직원이 더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2월 말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여건이 나쁘다"며 채용 계획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신규 채용을 장기간 억제하면 성장잠재력이 훼손되고, 자연스럽게 고비용·항아리형 인력구조는 심화된다.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를 보편화하고, 시니어 직원들 스스로도 노동여견 변화에 전향적 자세로 나설 필요가 있다. 적어도 청년 채용에선 '관치'라며 손사래 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