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의 가장 큰 스트레스가 스타벅스?

[기자수첩]은행의 가장 큰 스트레스가 스타벅스?

권다희 기자
2015.06.02 15:30

"요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스타벅스입니다."

최근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덴마크 은행 임원과 얘기를 나누다 그가 던진 말이다. 은행에서 왜 스타벅스를 언급하는 지 고개를 갸우뚱하자, 그는 스타벅스가 내놓은 선불카드와 결합된 사이렌오더 앱 서비스가 자국 결제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세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큰문제가 아니겠지만 스타벅스가 내놓은 지급결제 서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은행으로 들어올 돈이 스타벅스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유사한 업체들이 5~10개만 있다면 은행으로 들어올 돈이 빠져나가면서 은행의 자금력 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페이와 애플페이는 은행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 비(非)금융 플레이어들의 등장이 장기적으로는 은행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덜란드 은행 임원도 결제시장에 뛰어든 구글이 은행의 기반을 빼앗아 갈 것이라고 유사한 우려를 표했다.

이들과의 대화에선 은행업 종사자들의 위기 의식이 유럽이나 국내나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게 느껴졌다. 저금리와 저성장이 길어지며 이자 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져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절박해진 건 전세계 금융업의 공통된 과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됐고 IT 업체들마저 금융업에 뛰어들며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국가별로 규제나 문화, 금융업 인프라는 다르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위기의식'은 같았다.

대신 이들은 IT 업체들이 자신들을 '푸시(push)' 한다고 표현했다. 위협이라는 부정적인 의미인 동시에 원동력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이다. 이들은 핀테크 업체들과의 제휴나 행내 조직 체계 변경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했고 상당히 급진적이다 싶은 아이디어까지도 내놨다.

유럽과는 사업환경과 문화가 다르긴 하지만, 국내 은행들 역시 큰 줄기의 고민은 유사하다. 은행에 있어 가장 어렵다는 지금의 시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결정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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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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