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영의 눈물을 보지 않으려면…

[기자수첩]통영의 눈물을 보지 않으려면…

최우영 기자
2015.06.07 15:49

삼국지 촉한의 황제 유선이 위나라에 항복하라는 칙령을 내리던 날, 검각에서 위군을 맞아 싸우던 강유와 병사들은 칼을 뽑아 돌을 찍으며 큰 소리로 울었다. 그들은 "우리들이 여기서 죽기로 싸우고 있는데 어째서 먼저 항복한단 말이냐"며 울부짖었고, 그 통곡소리는 수십리 저편까지 들릴 지경이었다고 한다.

지금 성동조선해양도 '죽기로' 싸우고 있다. 초대형 상선, 해양플랜트 등으로 세계시장에서 싸우는 조선 빅3와 달리, 성동조선은 중국 조선소들이 주도권을 틀어 쥔 중대형 상선 시장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중국에 뒤지는 인건비 경쟁력을 연비 효율성 등 기술우위로 만회하며 아프라막스 탱커(8만~12만톤) 세계 1위, 수에즈막스 탱커(13만~15만톤) 세계 2위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최근 연비효율을 강화하는 조선업계 트렌드에 맞춰, 성동조선도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4척, 2조6000억원 규모로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한 성동조선의 수주잔량은 현재 76척. 향후 2년치 이상 일감이다. 해외 선주들도 최근 200번째 로드아웃을 달성한 성동조선의 기술력을 보고 연이어 발주하고 있다.

문제는 자금이다. 최근 5년간의 경영정상화 노력을 마무리하려는 성동조선에 대해 우리은행 등 일부 채권단은 "조선산업에 미래가 없다"는 이유로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수출입은행의 3000억원 규모 단독 지원이 이뤄졌지만, 다른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이 이뤄져야 향후 정상적 야드 운영이 가능하다.

인구 14만명의 통영시에서, 성동조선의 직간접 고용 규모만 2만4000여명이다. 성동조선은 통영 제조매출의 60%, 수출의 91%를 책임지고 있다. 추가 자금지원이 무산될 경우 통영시 전체가 도산할 위기다. 통영의 통곡소리는 수십리를 넘어, 국내 중견 조선업 전체에 울려 퍼질 것이다.

우리은행은 IMF 당시 공적자금 수혈을 통해 회생한 기업이다. 당시 온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금융기관의 '공적 역할'을 이유로, 한국은 우리은행을 포기하고 항복하지 않았다. 지금이 바로 그 '공적 역할'에 나서야 할 때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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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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