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베트남에서 본 금융강국 도약 조건은…

[기자수첩]베트남에서 본 금융강국 도약 조건은…

기성훈 기자
2015.06.21 12:59

"국내 은행이 해외에 진출할 때 지점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나라에서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인내를 가지고 꾸준하게 해외사업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최근 베트남의 경제중심지인 호찌민을 방문해 현지에서 만난 국내은행 관계자들에게 "한국이 '금융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관계자들의 대답은 비슷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해외에서 국내 금융사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배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국내 사정은 어떤가. 글로벌 은행의 화려함을 부러워하며 '금융의 삼성전자'를 나와야 한다는 얘기는 오래된 화두다. 하지만 단기성과에 매몰돼 국내 은행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현지 법인·지점장들에 얼마만큼의 자율적인 결정권을 줬는가. 해외 은행의 30분의 1 수준인 전결권을 가지고 어떻게 경쟁을 하느냐"고 한 현지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만을 토로했다. 은행영업의 경쟁력은 스피드다. 현지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데 경쟁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 사고를 염려해 싸울 수 있는 시스템조차 만들어주지 않는 것은 현지화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진정성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 금융감독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역시나 컸다. 금융사의 해외 진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현지 당국의 규제다. 금융업은 현지 당국의 라이선스를 받는 규제산업이다. 외국은행들에 대한 규제 강화는 공통적이다.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등 한국 금융사의 진출이 활발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은 더욱 심하다. 지난달 호찌민 지점을 낸 하나은행은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기까지 8년이나 걸렸다. 다른 현지은행 관계자는 "해외 현지 진입장벽이나 영업규제가 완화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외교력은 언제나 아쉽다"면서 "금융감독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질의 인력, 서비스 정신 등 국내 금융사의 잠재력은 어느 나라 못잖다는 평가다. 하지만 글로벌 진출에서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 분야도 없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 전략은 당국, 본점, 현지지점 '따로국밥'이다"라고 얘기하는 해외 현지지점 관계자들의 지적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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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훈 정책사회부 부장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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