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銀 민영화, '퇴로'의 차이

[기자수첩]우리銀 민영화, '퇴로'의 차이

변휘 기자
2015.07.09 16:21

"그렇게까지 적절한 매수자가 없다면 시기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 매수자의 범위 확대가 가능한지에 대한 지난 1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언급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임 위원장의 '진의'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우선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분석이 가장 우세하다. "7월 중 (매각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언급과 함께였지만, 매각을 주관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계획이 '전무'한 것에 비춰볼 때 의미있는 결정이 나오기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어림짐작이다.

'퇴로를 마련해 놓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지분 매각은 여러 금융당국 수장을 거쳤지만 '4전 4패'의 성적표를 냈다. 최근 은행권의 업황 등을 고려할 때 매각이 쉽지 않다는 건 상식인데 전임 위원장들처럼 '직(職)을 걸겠다'는 등의 얘기를 하는 것보다는 '현명한' 것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과거 네 차례의 실패로 귀결된 우리은행 민영화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과제다. 최근에는 경영권 매각 실패의 경험에 비춰 4~10%씩의 지분을 파는 '과점주주' 분산매각 방식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매각 주체들의 움직임은 일단 '미루기'로 수렴되는 모양새다.

당초 원칙으로 내세웠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정부는 가급적 많은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싶고, 그럴수록 조기 민영화는 더 멀어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미뤄질대로 미뤄진 민영화는 지금까지 매각을 추진했던 여러 명의 금융당국 수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과 책임을 나눠지면 되지만, 만일 '총대'를 메고 민영화를 강행할 경우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장본인'이라는 꼬리표는 홀로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매각의 당사자들은 이미 여러 차례 퇴로를 끊고, 배수진을 친 채 민영화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CEO는 물론 관련 임직원들도 민영화 실패의 굴레를 쓰고 청춘을 바친 조직을 떠나야 했다. 가까이는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이 그랬고, 이광구 우리은행장 역시 임기를 '2년'으로 제한했다.

공적자금 회수라는 첫 번째 원칙이 어차피 지키기 어려워졌다면, 조기 민영화라는 두 번째 원칙이라도 완수되길 바라는 이유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