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회사가 분담금을 내면 민원이 줄어드나요?"(A금융회사 관계자)
금융감독원이 "국민들에게 수준 높은 민원·분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발표한 '금융 민원·분쟁 처리 개혁방안'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소비자를 위한 조치라지만 실제로는 금감원의 과중한 민원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금감원으로 직행하는 민원을 금융회사와 자율 조정하도록 유도하고, 민원이 많은 금융사에는 감독분담금을 추가로 물리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현재 72명의 전담인력이 연간 약 7만9000건, 하루 평균 4.5건의 민원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사의 민원처리 부서 대신 금감원에 민원을 접수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처리가 지연되고, 소비자의 만족도도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금융사에 대한 민원은 우선적으로 금융사와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왜 많은 소비자들이 금융사보다 금감원에 민원을 내려 하는지, 어떻게 하면 금융 관련 민원을 줄일 수 있을지, 골칫거리인 악성민원은 어떤 방식으로 근절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해법이 빠진 이번 방안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업무 가르기'로 비칠 소지가 크다.
민원이 많은 금융사에 감독분담금을 내게 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현재 금융사들이 스스로 민원을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므로 역량을 평가해 공개하고, 그래도 민원이 많은 곳에는 직접적인 비용을 내게 하겠다고 한다. 이는 금융사들이 민원 해결보다 평가에 연연해 되레 악성민원을 확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B금융사 관계자는 "어디까지가 악성민원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가장 큰 숙제이기 때문에 역량을 키우려면 민원 처리나 대응방안에 대한 가이드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알아서 잘하되, 못하면 돈을 내게 하겠다고 하면 민원에 민감한 금융사 입장에서는 민원인들과 적당히 타협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자체적으로 분쟁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소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문가 채용을 늘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금융사도 금감원처럼 기구를 만들고, 전문가를 늘리면 민원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소비자 체감 보다는 금감원의 편의에 방점이 찍힌 '개혁 방안'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