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국책은행을 선두로하는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지난 3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성과주의를 우선 적용할 금융공기업으로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기술보증기금 등을 언급했다.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성과주의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금융권이 다른 산업에 비해 호봉제 도입 비율이 높은 '철밥통'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호봉제 도입 비율이 전 산업 평균 60.2%인 반면 금융업은 92%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 혁신의 확산을 위해서라도 입김이 세게 작용하는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기업부터 먼저 손을 대고 점차 민간 은행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부응하듯 지난달 산업은행은 팀장급 이상 직원들의 올해 임금 인상분 전액 반납을 결정했다. 수출입은행도 연말 시간외수당과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에는 기획재정부가 내년 임금동결과 성과급 반납 등을 수출입은행에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책은행 내부 분위기는 울상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성과주의가 도입되면, 팀단위 협력을 저해하고 조직의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국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 앞장서야 하는데, 일선 실무자들은 성과를 의식해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구조조정 업무는 기피하려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거래의 90%이상이 비대면거래를 통해 이뤄지고 은행들이 앞다퉈 핀테크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등 금융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고연봉·호봉제에 안주해 금융개혁에 제동을 건 은행권의 임금 개혁은 분명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하라면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은행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그에 따른 희망퇴직을 실시해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점포축소와 비대면채널 강화로 인해 인력 수요가 이전보다 줄어들었음에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올해 채용규모를 두 배 이상 확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 마디에 일주일만에 청년희망펀드를 '뚝딱' 만들어내기도 했다.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정부의 입김이 무척 세다. 금융산업 자체가 규제 산업인 까닭이다. 그러나 국책은행이라도 정부가 임금체계까지 직접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성과주의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은 은행 노사간의 자율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뒷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