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추가 지원]'빅2' 공감하나 '지금' 아니다…법정관리 전제된 분할 사실상 불가

정부와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대우조선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대형조선사를 '빅3'에서 '빅2'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당장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청산시키고 대우조선은 살리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해선 한진해운과 대우조선을 단순 비교하기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정상화 과정에서 떠오른 4가지 궁금한 점을 정리했다.
◇질문1. 대형조선사 '빅2' 재편이 근본적 대책이다?='규모의 경제’와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수주, 과잉공급 해소를 위해 대형조선사를 '빅2'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채권단도 빅2 재편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시기적으로 '지금'은 아니라는 게 채권단의 생각이다. 지금 '대우조선을 죽이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삼정회계법인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당장 도산하면 최대 59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 하지만 도산시기가 2020년말로 4년만 늦춰져도 경제적 피해규모는 26조원으로 줄어든다. 현재 상태의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넘길 수도 없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어렵기 때문에 부실 규모만 키울 수 있다.
◇질문2. 우량/비우량 분할하면 된다?=현재 상태로 대우조선을 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우조선을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쟁력이 있는 방산 부문을 떼어내거나 우량/비우량회사(굿 컴퍼니/배드 컴퍼니)로 분할해 매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대우조선의 기업분할은 편익보다 비용이 많아 가능하지 않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현재 대우조선의 상선/해양/방산 부문은 기초공정, 설계, 기술 등을 대부분 함께 쓰고 있고 최종 공정만 분리 운영하고 있어 물리적 분할이 어렵다. 인위적으로 분할하면 별도 시설투자가 필요하다. 채권단이 대우조선 방산부문 분사를 관계당국에 문의한 결과, 독립적 생산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답을 받았고 이를 위해 최소 1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 푼이 아까운 상황에서 분사를 위해 1000억원 이상의 돈을 쓸 순 없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굿 컴퍼니와 배드 컴퍼니로 분할하는 방법은 법원의 강제력이 필요하다. 사실상 손실처리되는 배드 컴퍼니로 부채를 이전하려면 채권자 동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법정관리가 아니면 사실상 어렵다는 게 채권단의 시각이다. 문제는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선주의 계약취소(builder’s default)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우량자산으로 판단한 자산이 부실자산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어떤 선박이 계약취소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배드 컴퍼니에 편입한 부실자산도 확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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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3. 청산된 한진해운과 달리 처리하는 이유는=한진해운을 처리한 것과의 형평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된다. 한진해운은 대주주가 내놓은 자구안이 채권단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청산됐다. 반면 대우조선은 수주도 부족했고 총 5조4000억원의 자구계획 중 20% 정도인 1조8000억원만 이행했지만 2015년 10월과 이번 방안으로 신규 자금만 7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이에 대해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과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식과 기본 틀이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모두 철저한 자구노력과 자율적인 채무재조정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조달을 추진하고 부족자금은 대주주가 조달하는 방식이다. 대우조선 대주주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인 반면 한진해운은 주인이 명확한 사기업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경영정상화의 1차 책임은 대주주한테 있는데 한진해운 대주주는 자구노력 의지가 부족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자율적인 채무재조정이 실패하면 원칙대로 처리된다. 다만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대우조선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P-플랜을 추진한다. 조선업이 고용 및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산업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또 법정관리는 선주의 계약취소로 이어지나 P-플랜은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질문4. 이번 대책으로 '정말' 정상화되나=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대우조선은 2010년대초까지 잘 나갔다. 하지만 2015년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자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결정했다. 2015년 10월 채권단은 4조2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해 정상화를 추진했고 정부는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2년도 안돼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넣으면서 '이번에는' 정상화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채권단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이번 정상화 방안에서 수주전망은 올해 20억달러, 내년 54억달러 등 현실화됐고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로부터 1조원의 인도대금도 받지 못할 것으로 봤다.
채권단은 차질없는 구조조정을 진행해 대우조선을 ‘작지만 경쟁력 있는’ 회사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대우조선 부실 원인으로 꼽히는 저가수주 선박도 2018년까지 대거 인도해 불확실성도 없앤다. 경쟁력 없는 플랜트 부문은 사실상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상선과 특수선 부문만 남긴다.
정부와 채권단은 조선업황 회복 없이는 대우조선 정상화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을 '민간 전문가' 중심의 관리체계로 전환해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2단계로 M&A(인수합병)을 통해 ‘경영 능력이 있는 주인 찾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