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판도라의 상자 '채용', 관행과 비리 사이 줄타기

[MT리포트]판도라의 상자 '채용', 관행과 비리 사이 줄타기

김진형 기자
2018.03.15 04:26

[채용, 공정과 부정의 경계]<5>금감원장 사퇴로 채용비리 파문 재점화…합리적 기준 찾아야

[편집자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문재인 대통령)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채용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면 이런 다짐은 공염불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채용비리에 젊은이들이 분노하고 좌절하는 이유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공정’한 것인지의 경계는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이번 기회에 ‘공정한 채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이유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모든 행위를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관행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 ‘채용과 인사’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자율의 영역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율의 영역이기에 금융 관련 법규에 금융회사의 채용 절차를 규율하는 내용도 없다. 검사를 통해 잘못을 적발해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특혜채용 의혹이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당국은 여론에 떠밀려 금융권의 채용실태 점검에 나섰고 채용은 지금 금융당국이 가장 중점을 두고 검사하는 분야가 됐다.

금감원은 은행권에 대한 채용실태 점검을 지난 1월 마쳤다. 비리혐의를 받은 5개 은행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사퇴 파문으로 금융권 채용비리 문제는 다시 시작이란 분석이 나온다. “둑이 무너졌으니 앞으로 유사한 사례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금감원은 2금융권으로도 검사를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리스트 나올까=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채용비리 파문에 대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비유했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유로 봉인돼 있던 금융권의 채용과정이 검사를 통해 공개될 경우 파장이 클 것이란 의미다.

당장 금감원장의 사퇴로 재개된 하나은행에 대한 채용 특별검사가 가져올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은 최 전 원장을 낙마시킨 추천제도를 주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신입행원 공채시 내부 임직원의 추천을 받은 응시자에 대해선 서류전형을 면제했다. 명시적 내부 규정 없이 이어진 ‘관행’이었다. 최 전 원장도 지인 아들의 이름을 인사부서에 전달만 했을 뿐이라며 이는 당시 관행이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특별검사를 실시해 추천으로 입사한 사례를 집중 살펴볼 방침이다. 서류전형부터 최종 면접까지 추천받은 이들의 채용 전반을 추적하면서 특혜나 조작이 있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날 추천자들의 이름, 소위 ‘VIP 리스트’에 금융권은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미 하나은행에 대한 채용검사에서 2016년도 채용시 55명의 별도 관리 명단이 있었다고 확인한 만큼 2013년에도 리스트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채용 시즌이 되면 정치권, 금융당국, 법조계, 언론계 등 사회 각계에서 추천이란 명목으로 ‘청탁’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추천한 것만으로도 금감원장이 사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은 도덕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장까지 사퇴한 이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추천자들을 철저하게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행과 비리 사이..“사회적 합의를 찾는 과정 돼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하나은행에 추천받은 응시자의) 서류전형을 통과시켜주는 관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그것 자체가 오늘날의 기준과 시각에서 보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 얼마나 문제를 삼을지는 검사를 다 해봐야 알 것”이라며 “지금 그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의 발언처럼 어디까지가 관행이고 어디부터가 비리인지에 대한 기준은 명확치 않다. 금감원 역시 은행권 채용검사에서 점수가 조작된 경우 등은 비리로 검찰에 통보했지만 ‘추천 대상자에게 임의로 서류전형 통과 혜택’을 준 것은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 때문에 관행과 비리 사이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 나온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채용점검을 관치의 프레임이나 사기업은 알아서 해도 된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며 “그동안 그레이존(중간지대)이었던 채용 분야를 어디까지가 민간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감독의 대상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절차의 공정성과 함께 선발의 재량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게임의 룰이 사전에 응시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됐는지가 중요하다”며 “회사가 내부 목적을 위해 가점제, 쿼터제, 추천제 등을 운영할 경우 이를 미리 공지하면 최소한 비리 논란은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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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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