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금융권과 국회는 '은산분리' 논란으로 뜨거웠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자는 주장은 여야는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찬반이 갈렸다. 시민단체도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지원하면서 결국 9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렇게 인터넷전문은행법이 탄생했다.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은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정권의 지지기반이던 시민단체와 등을 돌리면서까지 국민들에게 정권의 규제개혁 의지를 보여준 법이었다.
하지만 통과에 초점을 맞춰 서두르다 보니 '불완전한' 법이었다. 법안을 심의했던 정무위 법안소위 의사록에는 '완벽하진 않지만 일단 통과시키고 문제가 생기면 다시 개정하자'는 취지의 발언이 다수 나온다.
그 결과 산업자본이 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음에도 정작 최대주주가 된 산업자본은 없다. 케이뱅크의 'KT',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는 아직 두 은행의 최대주주가 아니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제재를 받은 경우는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규정 때문이다. KT와 카카오는 모두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다. 금융당국이 경미하다고 판단하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지만 '경미함'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결국 KT의 최대주주 승인 심사는 중단됐고 '카카오'도 같은 상황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T의 최대주주 등극이 당분간 어려워지자 케이뱅크는 유상증자를 연기했고 또 일부 대출을 중단했다. 벌써 14번째다. 대출 못하는 은행을 은행이라 불러야 할지 난감할 정도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만이 아니라 앞으로 추가 인가를 받을 인터넷은행들도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수주산업인 ICT 기업의 특성상 담합이나 불공정거래의 혐의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조사를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고 그때마다 자본금 확충은 중단될 것이다. 또 주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 만큼 언제 대주주 자격을 잃을지도 모른다.
정부와 국회는 인터넷은행들이 앞으로도 이 문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것을 알고 있지만 "법안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라며 주저하고 있다. 불법을 저지는 대주주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다는게 확인됐음에도 이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다. 논란이 커지겠지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 인터넷은행법의 AS(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