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B생명이 푸본현대생명의 전속 영업조직을 대상으로 무리한 설계사 스카우트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업계에 전례 없는 '원수사 간 조직 흔들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 전략영업을 총괄하던 김병철 전무가 지난 3월 KDB생명 수석총괄부사장으로 이동한 이후 해당 라인을 따라 영업·전속 담당과 지점장, 설계사까지 연쇄적으로 KDB생명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푸본현대 전속조직은 총 5개 지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지점은 설계사의 절반 가까이 이미 해촉을 신청했다. 나머지 4개 지점 역시 KDB생명 측 접촉이 이어지며 소속 설계사에게 영입 제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현장 증언도 나온다. 일부 설계사는 "KDB생명으로 옮길 의사가 없는데 지점장이 회유·압박한다"며 본사에 직접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GA끼리 또는 GA에서 원수사로부터 전속 설계사를 스카우트하는 경쟁은 흔했지만 특정 생보사가 타 생보사 전속조직 전체를 겨냥해 지점 단위로 흔드는 사례는 "사실상 처음 보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푸본현대생명은 최근 KDB생명에 '부적절한 리크루팅을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하며 공식 대응에 나선 상태다. 설계사 영입 과정에서 보험업법상 부당한 유인·알선, 전속계약·영업비밀 침해, 겸업 제한 등 여러 법적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법적 소송 검토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안의 배경에는 KDB생명의 영업력 약화와 점유율 하락 등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KDB생명의 개인보험 기준 시장점유율은 2023년 2.5%, 2024년 2.3%, 올해 3분기 2.0%로 지속 하락세를 보인다. 회사는 제3보험 비중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전속 설계사 수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5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재무구조 개선에도 착수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 3개 지역본부, 65개 지점, 3개 영업소 등 총 71개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영업 확장을 추진 중인 가운데 단기간 성과 압박이 리크루팅 경쟁 심화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업계에서 나온다.
설계사 이동이 급증할 경우 소비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전속 설계사가 타사로 이동할 때 정착지원금·조직장 수당 등 금전적 보상을 조건으로 제시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새 회사에서 요구하는 실적을 맞추기 위해 기존 고객에게 해지를 권유하고 동일 고객에게 타사 상품을 다시 판매하는 '환승계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실제로 푸본현대 내부에서는 관련 거래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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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본현대는 설계사 이탈이 지점 단위로 번질 경우 기존 계약 관리 공백, 해지·이전권유 등 불완전판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KDB생명은 단기적으로 신계약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으나 논란이 확산할 경우 평판 리스크와 감독당국 심사 강화 등 중장기 부담 요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DB생명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업계 전반에서 이뤄지는 인재 이동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측은 "영업환경을 개선하고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정에서 역량 있는 인력이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동하는 것은 업계의 자연스러운 활동"이라며 "이번 조직 도입 역시 시장에서 우려하는 무리한 리크루팅이 아닌 통상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