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40세 됐는데 짐 싼다…'역대급 실적' 은행들 속내는?

이제 막 40세 됐는데 짐 싼다…'역대급 실적' 은행들 속내는?

박소연 기자
2026.01.11 07:05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 2025.11.9/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 2025.11.9/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시중은행들이 희망퇴직 연령대를 40대로 내리고, 규모는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감소 등으로 필요 인력이 줄어든 게 표면적 이유이지만, 제2의 진로를 모색하고자 하는 임직원들의 수요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순차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이 중 농협·신한·하나은행은 만 40세를 희망퇴직 대상자에 포함했다. 농협은행은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 중 40세 이상이 대상으로 월평균 임금 20개월치를 지급한다. 1969년 출생한 만 56세 직원에는 월평균 28개월치 임금을 준다.

신한은행은 부지점장 이상 직원 중 근속 15년 이상 1967년 이후 출생자(1967년생 포함)와 더불어 4급 이하 직원 중 근속 15년 이상 1985년 이전 출생자(1985년생 포함)를 대상으로 최대 31개월치 기본급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40세부터 퇴직 대상자가 된 것이다.

하나은행은 15년 이상 근무자 중 40세 이상 일반 직원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았다. 1974년생 이후 출생자는 연령에 따라 최대 24개월치 임금이 지급된다.

우리은행은 45세부터 희망퇴직이 가능하다. 대상은 1970, 1971년생 전 직원으로, 1972년 이후 출생 직원은 직급별로 희망퇴직 신청이 가능한 나이가 달라진다. 책임자, 행원의 경우 1980년 말 이전 출생 직원은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다. 1971년생과 1972년 이후 출생 직원에게는 31개월치 기본급을 주며 1970년 1~6월 출생 직원에게는 21개월치, 7∼12월 출생 직원에게는 23개월치 기본급을 각각 지급한다.

국민은행은 5대 은행 중 가장 희망퇴직 연령대가 높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26일부터 31일까지 1975년생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 특별퇴직금은 월 기본급 18~31개월치가 지급된다. 50세 이상이 대상으로, 5대 은행 중 40대 직원 감원 열풍에서 홀로 벗어나 있다.

2026년 새해 첫 출근일이자 서울 최저기온이 -12도를 기록한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두꺼운 옷차림을 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6.01.02. /사진=뉴시스 /사진=김선웅
2026년 새해 첫 출근일이자 서울 최저기온이 -12도를 기록한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두꺼운 옷차림을 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6.01.02. /사진=뉴시스 /사진=김선웅

국민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수가 많은 편이라 인력을 무작정 줄일 수 없는 데다 인력 구조상 50대 이상 대상자 수도 충분히 많다"며 "올해 생산적 금융이 중요해지면서 기업 영업이 중요한데, 이 쪽은 단기간 내에 길러질 수 없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전문가들이 필요하단 점에서 희망퇴직 연령대를 크게 확대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희망퇴직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절차가 마무리된 곳은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으로 이들 은행에선 각각 임직원 669명과 446명이 짐을 쌌다. 전년 대비 24%, 14% 증가한 수치다.

5대 은행 전체 희망퇴직자 수도 2024년 1987명에서 지난해 2326명으로 1년 새 17% 늘었다. 반면 신규 행원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해 하반기 정규직 채용 인원은 1290명으로 전년 동기 1380명보다 약 6.5%(90명) 줄었다.

은행권의 희망퇴직 대상 연령대 확대는 퇴직 규모의 확대를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징계를 받은 경우 등을 제외하면 희망퇴직 신청을 했을 경우 반려하기 어렵다. 누구는 퇴직을 승인하고 누구는 안 하는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퇴직자 규모를 늘릴 생각이 아니라면 대상 자체를 늘리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했다.

은행권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도 희망퇴직 규모를 키우는 건 AI 도입 확대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용 절감 차원으로 풀이된다. 국내 20개 은행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점포는 2021년 6101개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5534개로 급감했다.

다만 은행권에선 희망퇴직 가능 연령대를 40세까지 내린 것이 선택의 폭을 넓히는 차원이란 입장이다. 강제적 인력 구조조정이 아니란 점에서 '인력 감원 칼바람' 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단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각에선 젊은 직원을 회사가 내보내려고 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노조에서 희망퇴직 연령 범위를 확대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40대 초반에도 창업이든 재취업이든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에 짐을 싼 40세 직원을 아는데, 가족 사업이 잘돼서 그것에 집중하려고 나갔다"며 "40대 직원 희망퇴직 수가 많지 않을 뿐더러 창업이나 육아 등 개인 사정에 따른 자유의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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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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