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적법성' 논란이 불거진 금감원 중간 검사발표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지정이 조건부로 유보된 금감원이 궁극적으로는 국가 독립기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금융감독체계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절 특수한 상황에서 수용한 과도기적인 기구라는 진단이다.
이 원장은 9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감독행정 권한 행사에 대한 통제가 소홀하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를 쇄신의 계기로 삼아 감독행정의 투명성,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해 내적 쇄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금감원에 대해 공공기관 지정을 조건부 유보하면서 검사 및 제재 쇄신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금감원은 그동안 수시로 해 온 중간검사 결과 발표를 원칙적으로 제한키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사전 협의해 예외적으로 공익적 필요가 있는 경우만 절차를 만들어 발표한다.
이복현 전 원장 시절 금감원은 검사 및 제재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라도 공익적인 차원에서 검사 내용을 외부에 알렸다. 지난 2023년 라임 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 2024년 양문석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의 새마을금고 편법대출 의혹, 2025년 우리금융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같은해 4월 IBK기업은행 전현직 직원 부당대출 등에 대한 검사가 대표적이다.
이 원장은 "전 정부 시절 중간 검사발표가 있어서 저도 봤는데, 잘 아는 모 의원이 계속 하소연한 케이스가 있다. 억울한 것들이 여럿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약속 드리겠다"며 "중간 발표가 필요한 공익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금융위와 협의해 신중하게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이 검사를 진행 중인 BNK금융지주의 지배구조 현장검사 및 8개 금융지주 지배구조 특별점검 등은 중간 검사발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원장은 "은행지주에 대한 특별점검 결과는 충실하게 개선방안을 도출해 지배구조 테스크포스(TF)에 반영하고 미흡 사례와 모범사례를 은행권과 공유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검사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수시검사 사전 통지 기간도 확대한다. 금융회사에 충분한 준비 기간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제재 대상자가 검사 부서장에게 의견청취를 요청할 권리(방어권)도 충분히 보장한다. 금감원장의 업무추진비 상세내역을 공개하고, 알리오(ALIO)를 통한 경영공시도 강화한다.
독립성 유지를 위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해 온 이 원장이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국가기구화 필요성은 언급한 것에 대해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이 원장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은 완전 레벨이 다른 이야기"라며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 일본 금융청은 국가기관인데 별정직으로 구성돼 급여체계와 재원구조가 일반 공무원 조직과 완전히 다른 독립된 국가기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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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IMF 시절 구제금융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당시 국가기구로 만들지 못하고 무자본특수법인의 금융감독위원회, 금감원 체계를 출범한 것인데, 이런 체제는 과도기적인 구조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국가 독립기구로 가는 것이 불필요한 이슈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민간 기구인 금감원의 특별사법경찰 및 인지 수사권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금감원에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과 기능은 매우 독립성이 필요한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책방향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으로, (공공기관 지정)반대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와 진행 중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TF에 대해선 "현재 실무작업반이 외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사외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대변하고 주주들이 사외이사를 통제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제재에 대해서는 "은행의 위법사실에 대한 판단시 자율배상, 사후 수습노력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제재수준은 향후 금융위 의결을 거쳐서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7일과 지난달 19일에 이어 오는 12일 마지막 제재심을 개최한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금감원이 쿠팡페이·쿠팡파이낸셜에 검사를 벌인 것에 대해 "정보보안이나 대출은 금감원이 (현장검사로)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무로 쿠팡 계열사라고 특별히 부당하게 하지는 않았다"며 "쿠팡페이나 파이낸셜은 전자금융업법 규제 체계와 들어와 있지만, 본사에 해당하는 유통플랫폼이 핵심인데 이 부분에 대해 규율체계를 어떻게할지 범정부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것에 대해선 "시차로 인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튀는 부분이 있어서 계속 지켜고 있다"며 "일시적인 수준을 넘어 구조화 되는 것은 철저하게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를 위해 실손의료보험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소비자 관점에서 핵심적인 위험 부분이 뭔지를 아주 알기 쉽게, 설계돼야 하고 설명돼야 한다는게 핵심"이라며 "보험상품 중 상당부분을 어떻게 사전규제 범주에 넣을지 과제도 있지만, 하기 전에 업권과 눈높이를 맞추는 과정에 있다. 전반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