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회사가 채무자도 모르게 최대 10년까지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회사에 부당하게 유리하다"고 비판한 '공시송달특례'가 전면 폐지되기 때문이다. 주소지가 불분명한 채무자에 대해 2주간의 약식 소송절차가 아닌 정식 소송을 밟아야만 소멸시효를 연장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회사는 5000만원 이하(은행 기준) 연체채권에 대해 소멸시효 완성을 약속해야만 세법상 비용처리(손비) 인정을 받는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서울 광진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교육장에서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을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90일 이상의 장기연체 채무자는 93만1000명으로 해마다 30만명 내외의 장기연체자가 신규 발생 중이다. 특히 소멸시효 완성(5년) 직전 금융회사가 관행적으로 시효를 완성하는 바람에 5년 이상 초장기 연체는285만8000건에 이른다.
이번 방안에 따라 무분별하게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연체채권의 소멸시효(5년)가 도래하면 금융회사는 법원의 지급명령(독촉절차)이나 채무승인 등을 통해 시효를 연장해 왔다. 금융회사가 신청하면 법원이 지급명령을 내리고, 해당 사실을 채무자에 알려야 한다. 14일 이내에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최대 10년 연장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법원은 금융채권은 예외적으로 주소지가 불분명한 채무자의 경우 공시송달(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해당 사실을 알리는 방법)을 허용한다. 금융회사는 인지대(5000원)만 지불하면 채권자 본인에게 직접 독촉절차를 밟지 않아도 약식으로 일괄해서 소멸시효 연장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돈을 못 갚으면 송달특례, 인지특례까지 금융회사에 줘 가면서 소멸시효를 연장해 주고 있다"며 "금융회사에 부당하게 유리한 제도는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금융위와 법무부는 '소송촉진특례법'을 개정해 금융회사에만 인정한 공시송달 특례를 전면폐지키로 했다.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소멸시효를 연장하려면 일반 소송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훨씬 더 들어간다. 연체금을 돌려 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대부분의 채권은 무리하게 소멸시효를 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금융회사가 법인세법상 손실비용을 인정받기 위해선 연체채권의 시효 완성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은 소멸시효를 완성하지 않더라도 상각시점부터 손비로 인정을 받는다. 앞으로는 은행과 보험은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사 등은 3000만원 이하 연체채권의 경우 시효 완성을 전제로만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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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채권 매각으로 심각한 추심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채권 금융회사(처음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의 관리책임이 강화된다. 원채권 금융회사가 채권매각시 매각 계약서에 재매각 가능 여부 및 재매각 가능 기간·기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장기·과잉 추심 고통을 최소화한다. 연체채권 매각시 매각 내용의 감독당국 보고 및 대외 공시도 의무화한다.
예를 들어 은행이 대부업체에 연체채권을 1차 매각할 때 계약서에 '재매각이 가능한 추심업체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 추심인력, 시효완성 채권 관리 방식, 보호감시인 유무 등의 조건이 붙는다. 만약 대부업체가 재매각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추심업체에 재매각을 하면 은행이 이를 제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예 초기 연체 시점에 금융회사의 자체적인 채무조정이 활성화 된다. 지난 2024년 시행된 개인채무자보호법 상의 채무조정 요청권을 활성화 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기한이익 상실(90일 연체) 전에 연체자에게 채무조정 요청권을 의무적으로 안내토록 했다.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으로 원금을 감면해 주면 그만큼 세법상 손실비용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관리 방안에 대해 법 개정 전이라도 행정지도 등을 통해 조속히 시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