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심사 신속성 고려하면 일선 지점에서 적발 한계…AI 심사 전면화·고도화가 과제

은행권이 내부 직원의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사이 외부인이 은행을 속이는 사기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허위 분양을 이용해 4개 은행에서 490억원을 빼돌리려 한 사건이 한꺼번에 드러났고, 해외법인에서도 1000억원 안팎의 대형 사기가 반복되고 있다. 사기 수법이 정교해지면서 은행들도 적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은행은 전날 외부인에 의한 사기 금융사고를 일제히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국민은행 35억7790만원, 신한은행 173억4355만원, 우리은행 98억7000만원, 기업은행 182억2000만원 등 총 490억원이다.
이들 은행은 미분양 상가 등이 분양을 마친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가짜 분양자를 내세워 대출을 실행하는 수법에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수의 부동산 시행사와 브로커 등이 범행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부분 수도권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권에선 내부 직원이 연루되거나 자체 직원의 횡령 사고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 금융사고의 시작점은 '내부'에서 '외부'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까지 이어진 대규모 내부 횡령 사고 이후 은행들은 임직원별 책임을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등 내부 직원의 일탈을 막기 위한 통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은행의 밖에서 시작되는 외부인 사기는 새로운 금융사고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은행권에서 발생한 외부인에 의한 금융사고는 88건으로, 전년 16건보다 5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배임과 횡령 등 금융사고는 112건에서 96건으로 줄었다.
외부인 사기 위험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7월에는 IBK기업은행 중국 법인에서도 833억7604만원 규모의 외부인 사기 혐의 관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금융회사와 제휴한 비대면 소액대출 사업 과정에서 해당 금융회사가 별도로 위탁한 플랫폼 업체가 고객의 대출 원리금을 정상 계좌가 아닌 별도 계좌로 받아 편취했다.
지난해 6월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우리소다라은행에서는 현지 기업이 제출한 수출 신용장에서 허위 내용이 발견되면서 7850만달러(약 1078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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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전문 사기 조직이 서류를 조작해 대출을 받는 경우 영업점의 통상적인 심사만으로는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특히 최근에는 분양계약서와 재직증명서, 재무제표 등 서류를 조작하고 허위·과다 대출을 실행하는 데 시행사·브로커·차주 등 여러 주체가 조직적으로 참여한다.
이에 은행들은 AI를 활용한 서류 위·변조 탐지와 담보 검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대출과 관련한 서류 전체를 일선 지점에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기업 등이 필요한 시기에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은행이 모든 대출을 장기간 실사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AI를 통한 여신심사가 전면화되면 일정 부분 잡아낼 수 있겠지만, 그 시기가 문제이고 정확도도 계속 제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