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 이어 하나·우리·농협도 당일매매 개시
ETF 편입확대 수요 커지자 은행→증권 이전 대폭 늘어
은행권, 퇴직연금 내 ETF 라인업 300종 안팎으로 지속 확대

은행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이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은행이 ETF(상장지수펀드)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 특성상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당일매매 서비스 도입 상품 라인업 확대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당일 매매를 시작한 KB국민은행은 작년 말 대비 이탈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ETF 당일 매매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은 3분기 중, 우리·농협은행은 4분기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잇따라 당일 매매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시중은행들도 채비에 나섰다. 은행 퇴직연금 DC형(확정기여형)·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에선 ETF를 신탁상품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증권사처럼 실시간 매매가 불가하다. 이에 은행들은 현행 제도 아래 거래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차선책으로 당일 매매를 내놓는 것이다. 고객이 매매 주문을 넣으면 은행이 증권사에 요청해 분할매매로 체결을 하는 식이다.
은행권이 이처럼 앞다퉈 ETF 거래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증권사로 옮겨가는 퇴직연금 머니무브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이후 올해 6월까지 타사로 이전된 누적금액은15조9000억원이다. 은행에서 증권으로 옮겨간 금액은 5조2000억원으로 업권간 이동 중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은행의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다. 2분기말 기준 전체 DB형(확정급여형)·DC형(확정기여형)·IRP(개인형퇴직연금) 합산 적립액 중 은행의 비중은 50.8%로 작년말(52.4%) 대비 1.6%포인트(p) 하락했다. 여전히 업권 중 점유율이 가장 높지만 50%선으로 밀린만큼 위기감이 높다. 연간 적립금이 전년 수준인 16% 늘어난다고 가정할 때 은행들이 연내 최소 10조원 순증을 이뤄야만 50% 점유율을 지킬 수 있다.
증권으로 이탈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 계좌에서 ETF 등 수수료가 싼 직접투자상품을 매매하기 편리하다는 점이 지목된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퇴직연금투자백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계좌 내 ETF 투자금액은 2023년 9조원, 2024년 21조원, 2025년 48조700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실적배당형 적립금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39.6%까지 높아졌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실적배당형으로의 전환과 증권업으로의 머니무브를 견인하는 핵심 기제는 ETF의 편입확대"라며 "ETF 편입이 DC, IRP에 집중되면서 저비용, 분산투자 수단으로 실적배당형 전환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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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중 가장 먼저 당일매매 서비스를 시작한 국민은행은 도입 직후 효과를 봤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월간 증권사로 이전한 적립금과 서비스 시행일인 8월20일부터 한달간 증권사로 이전한 적립금을 비교한 결과, 증권사로 이전한 적립금 규모가 약 50% 감소했다.
은행들은 당일매매 뿐 아니라 상품 라인업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이날 기준 신한은행 퇴직연금에서 가입할 수 있는 ETF 상품은 총 289종으로 5대은행 중 가장 많다. 오는 30일부터 7종을 추가해 총 297종까지 늘린다. 국민은행은 현재 284종에서 오는 28일부터 294종으로 확대키로 했다. 농협은행은 현재 206개 라인업을 운영하며 10월까지 242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72종, 271종을 거래 지원하며 지속적으로 개수를 늘려갈 방침이다.
이같은 움직임이 퇴직연금 머니무브 흐름을 돌려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은행 고객들의 ETF 매매 편의성이 예전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실시간 거래는 여전히 막힌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선 실시간 거래를 원하지만 업권간 이견이 첨예한 사안이고 금융당국도 아직까진 각 업무 영역을 인정해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제도가 바뀌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액티브한 투자성향의 고객은 증권사로 자꾸 이동하니 은행 입장에선 현 조건에서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