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츠와 마티즈를 비교하고 성능이 차이나니 벤츠를 타라고 하는 격이죠. 이게 말이 됩니까."
최근 만난 한 로봇청소기 제조업체 A사 대표는 격앙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일 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로봇청소기 성능조사 때문이다.
A사 대표는 “발표 다음날인 5일 로봇청소기 하루 판매량은 80% 줄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회사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며 ”조사 기준이나 방법이 공정하지 않은 이번 조사결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소시모의 성능조사에서 눈길을 끈 조사항목은 청소성능과 자율이동성능이었다. 이들 항목은 로봇청소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KS(한국산업표준)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 항목에서 기준에 미달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로봇청소기가 혼자서 집 안 곳곳을 잘 돌아다니지 못하고, 심지어 청소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재미있는 사실은 삼성, LG 등 대기업 제품은 이들 항목에서 기준을 충족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A사를 비롯해 다른 중소기업들의 제품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A사 대표는 “마룻바닥 먼지제거 성능을 테스트하면서 실제로는 시료의 90%가 먼지가 아니라 모래알이었다"며 “또 이동성능을 조사하면서도 테스트시간을 10분으로 잡다보니 당연히 카메라와 자이로센서를 장착한 대기업의 비싼 제품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시모 조사에 사용된 대기업 제품의 가격대는 70만~80만원대인 반면, 중소기업 제품은 20만~30만원대였다.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제품을 동일선상에서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한 셈이다.
이렇다보니 아무래도 청소에 필요한 필수기능에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중소기업 제품들은 성능기준에 미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중소기업들의 주장이다.
다른 로봇청소기 업체 대표는 "소비자들이 값싸고 우수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제품비교평가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며 ""하지만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잘못된 조사는 자칫 해당산업이나 관련중소기업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흉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