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中企 육성책 핵심은 R&D 지원체계 전면개편"

"글로벌 中企 육성책 핵심은 R&D 지원체계 전면개편"

전병윤 기자
2016.02.29 06:00

[머투초대석]기업인 출신 첫 중기청장, "시장이 원하는 기술개발로 패러다임 전환…금융권 구조조정 기준도 개선"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지난달 중소기업청의 20년 역사에서 첫 기업인 출신 청장에 올랐다. 주 청장은 대우전자에 입사한 후 GE(제너럴일렉트릭)·현대오토넷·현대모비스 등 외국 및 국내 대기업의 대표이사 등을 거쳐 지식경제부 R&D(연구·개발) 전략기획단,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 등 산·관·학을 두루 섭렵한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36년간 기업과 정부, 대학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실효성 높은 정책을 펼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밝혔다. 특히 주 청장은 자신의 주종목이라 할 수 있는 정부 지원 R&D사업의 전면 개편을 예고했다. 한해 모든 부처가 R&D지원에 19조원, 중기청 자체적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개발한 기술을 사업으로 연결하는 고리가 약한 만큼 그 근본 원인을 파악해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는 각오다.

주 청장은 "시장이 원하는 R&D 과제를 선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절차적 타당성을 중시하느라 R&D를 기획·평가·선정하는 외부 전문가위원회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전문가 중심으로 개편하고 모든 R&D과제와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대해 비용편익 분석을 실시하는 패더라임의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청장은 중기청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오는 5월 '중소기업 R&D 전략성 확보 및 개편 방향'을 내놓을 방침이다.

중소기업의 '옥석 가리기' 기준도 개선한다. "금융권이 구조조정을 위해 중소기업의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할 때 기술과 사업성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반영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논의할 것"이라며 설명했다. 또 개성공단 중단 사태 후 입주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123개 기업에 123개 지원방안을 만든다는 각오로 기업별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대담=송정렬 중견중소기업부장, 정리=전병윤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올해 중기청 업무계획을 보면 R&D 지원사업을 완전 개편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의 글로벌화가 필수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본적으로 기술력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정부의 중소기업 R&D 지원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의 정부 R&D 지원 정책은 제도상으로는 완벽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제도는 좋은데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중기청 R&D예산은 2013년 8587억원에서 지난해 9574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도 9429억원을 배정해 지원합니다. 그러나 중기청이 기업 R&D를 지원하기 위해 선정했던 과제의 성공률이 95.6%에 달하지만 사업화로 이어진 비율은 50.2%로 절반 수준에 그칩니다. 왜 그럴까요. 시장에서 원하는 과제가 아니라 기업의 요구를 중심으로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R&D 지원사업의 전략 부족, 우수 과제 선별·관리 역량 미흡 등 R&D 지원사업의 기획과 평가·관리상의 총체적 문제에서 기인한 겁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정부 R&D지원 프로세스를 보죠. 우선 전문가들이 모여 위원회를 구성하면 어떤 R&D 과제를 선정할지, 어떻게 평가할지 등 시스템으로 움직입니다.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 단위로 평가도 하고 사후에 해당 R&D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재평가하죠. 외견상 완벽해보이는 시스템입니다. 그럼에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원인은 디테일이 약해서입니다. 제가 보기에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기획하고 선정하고 평가하고 있어서입니다.

우리나라는 특정 분야에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가진 엔지니어가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전문가를 선정할 때 해당 분야의 이해상충 문제를 우려해 비전문가가 전문가 자리에 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죠. 미국의 경우 전문가 위원회를 만들지 않고 그 분야에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전문가 한 사람이 권한을 갖고 모든 걸 책임집니다. 우리는 절차적 타당성의 함정에 빠진 셈이죠.

-중소기업 R&D 지원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개편할 계획인가요.

▶우선 사업 기획부터 R&D 사업의 전략성을 강화할 겁니다. 부처간 협업을 강화해 단순히 중기청 R&D 예산만 아니라 전부처 R&D 예산(올해 19조원)이 중소기업에 효율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사업간 연계체계 등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R&D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과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 R&D 지원을 유도하는 방안도 고민 중입니다.

다른 부처 평가위원 풀을 공유해 우수한 평가위원을 확보하고 탈락기업이 납득할만한 사유를 제공해 평가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겁니다. R&D 과제가 종료된 후 사업화의 성공 여부 등을 파악해 후속 사업화 연계 지원을 강화하고 지원 사업의 성과 분석도 면밀히 실시해 사업 개편을 추진해 나갈 방침입니다. 오는 5월까지 중기청 담당자와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세부적인 '중소기업 R&D 전략성 확보 및 개편 방향'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 글로벌 진출에 역량을 집중키로 하셨는데요.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트렌드와 국내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산업경쟁력이 약화돼 저상장에 직면했습니다. 시장의 변화와 수요에 맞는 기술혁신을 토대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글로벌 성장사다리' 분야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총 80개에 달하는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목표를 '수출 증대'에 두고 수출관련 지표를 주요한 지원사업의 선정과 평가체계에 반영할 겁니다.

특히 R&D 과제 평가시 전체 평가지표 중 수출 관련지표의 비중을 최대 20%까지 구성할 겁니다. 예를 들면 최근 2년간 매출 대비 수출 비율이나 개발 제품의 수출 계획 및 가능성 등이 수출 관련지표에 포함될 겁니다. 맞춤형 R&D·수출 마케팅 등을 통해 5000개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를 촉진하고 수출 중심의 '성장단계별 패키지 지원사업'을 신설해 확대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우수 기술과 제품을 현지화와 홍보·디자인, 판로개척 등 통합 지원하는데 올해 399억원을 투입합니다.

-금융권의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는데요.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췄음에도 일시적 자금난에 빠진 중소기업마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금융권이 신용위험평가를 할 때 현행의 재무여건 중심의 기준과 더불어 중소기업의 기술·사업성 등이 반영된 지표를 개발해 활용토록 할 겁니다. 이를 위해 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을 비롯해 시중은행과 공조체계를 강화해 공통의 지표를 만들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일시적으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구조개선 자금 등 정책자금 공급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대형 유통업체의 높은 판매수수료율 등이 중소 납품업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여전한데요. 대책이 있다면.

▶대형 유통업체의 입점 판매수수료율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선 여전히 높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판매수수료는 유통채널간 시장경쟁을 통해 결정되는 만큼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대형 유통업체가 판매수수료율을 인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겁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중기청은 공영홈쇼핑(채널명 아임쇼핑)과 정책매장 등 온·오프라인 유통채널간 상호 교차방송·입점·등록 등 입체적 판매망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공영홈쇼핑의 창의혁신 제품 판매 비중을 지난해 9.5%에서 올해 11.5%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또 올해 3500개 기업의 8000개 창의혁신 제품을 한 곳으로 모아 유통채널에 상품기획을 제안해 마케팅 단계별 연계지원을 거쳐 아이디어를 무기로 삼은 혁신제품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입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우수한 인력입니다.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요.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과 복지 수준이 부정적 인식을 키우면서 취업기피와 근로자의 잦은 이직으로 이어지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월평균 급여는 62% 수준입니다. 인재 확보 여부는 기업 발전을 좌우하는 핵심요인입니다. 우선 중소기업 특성화고 180개교와 국립공고 3개교를 육성해 특성화고와 전문대를 연계한 기술사관(17개 사업단) 등을 통해 연 4만명 기술인력을 중소기업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핵심인력을 선정해 기업과 직원이 2대 1 비율로 기금을 공동적립해 만기시 지급하는 내일채움공제를 확산하고 업무역량별 연수체계 구축, 주택특별공급 확대 등 재직자에 대한 보상체계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중기청이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해 '기업전담지원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정부합동대책반 산하 중기청이 주관하고 있는 기업전담지원팀은 지난 12~13일 이틀간 123개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전체에 대해 1차 방문을 완료했습니다. 123개 입주기업은 업종, 규모, 경영상황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지원방안도 123가지로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123개 지원팀을 꾸려 모든 기업을 현장 방문한 겁니다. 기업별 맞춤형 대책을 만들어 하루빨리 경영정상화에 나설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입주기업의 거래선이 유지될 수 있도록 경제단체에 납품기한 연장 등의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공식 요청했고 국내 생산대체를 위해 기반시설 지원을 요청한 업체가 다수 있어 해당 기업에 유휴 공장과 창고를 우선 배정하고 추가 수요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업체를 1대 1 밀착 지원을 지속하면서 현장에서 발굴한 애로사항에 대해 관계부처와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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