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경쟁력 갖춘 초보 중견기업 수출화 지원

"수출확대를 위해 앞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하겠다."
임채운 중진공 이사장(59)이 3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는 중견기업의 상당수가 대기업 협력업체에 안주하며 내수시장에 치중된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이사장은 "중소기업을 졸업한 3년 미만 초보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중진공의 R&D(연구·개발) 및 BI(글로벌비즈니스인큐베이터)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수출기업으로 전환하는데 큰 효과를 볼 것"이라며 "중진공이 앞으로 중소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으로 지원 사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청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은 수출기업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이사장은 "내수기업을 수출기업화하거나 신시장을 개척하는 건 제2의 창업과 버금가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며 "이를 위해선 1960~70년대 정부가 내수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취했던 인력·자금·세제 지원 정책과 유사한 수준의 파격적 지원을 통해 해외진출시 기업의 위험부담을 크게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투자와 대출을 결합한 '투융자' 방식의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임 이사장은 "중진공은 공공기관이므로 융자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했다"며 "정책자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 성격을 가미한 이익공유형과 성장공유형 자금지원 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며 마케팅 전문가로 정평이 났던 임 이사장은 공공기관의 효율성 확대를 위한 조직 내 혁신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경영혁신을 전담하는 일명 '독수리팀'을 만들었다.
그는 "중진공처럼 정책 집행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적기에 정책을 실행하고 최대 효과를 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효율성"이라며 "취임 후 프로세스의 효율화를 위한 태스크포스인 독수리팀을 꾸려 정책지원금 접수와 실사 효율성을 높이고 분업화와 전문화를 위한 인사제도 개편, 전체의 10%를 순환보직이 아닌 전문직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도 추가경정예산 집행기간이 빠듯했음에도 원활히 진행된 것도 이같은 혁신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대담=송정렬 중견중소기업부장, 정리=전병윤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독자들의 PICK!
-지난해 1월 민간 출신으로 첫 중진공 이사장에 취임하셨습니다. 중소기업을 지원·육성하는 공공기관 수장으로 일하신 소회는.
▶훈수를 두던 교수 입장에서 첫 민간 출신 이사장으로 현장에서 일하다보니 어려움도 많았지만 보람도 컸습니다. 중진공은 집행기관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법과 정책을 만드는 일반 부처와 달리 중진공은 내놓은 정책을 현실에 구현하는 역할을 합니다. 정부와 시장의 중간자 역할이죠. 그래서 현장의 의견을 정책으로 제안하기도 하고 그런면에서 내가 느꼈던 점을 정책으로 실현하기도 합니다. 정책자금을 기업 성과에 연동해 지원한다거나 고용창출하면 금리를 우대하는 제도를 시행한 것이 그런 예고요.
청년내일채움공제도 비슷합니다. 청년은 월급이 적은 중소기업 취업을 꺼립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취업난을 덜기 위해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청년취업인턴제를 내일채움공제와 연결시키자는 생각이 든 겁니다. (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핵심 근로자의 장기재직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과 근로자가 절반씩 기금을 적립, 실질적 연봉상승 효과를 거두는 제도)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청년 근로자와 사업주, 정부가 공동으로 적립한 공제금에 복리이자를 더해 2년 이상 재직하면 성과보상금 형태로 목돈을 지급하기 때문에 등록금 대출금을 갚거나 결혼자금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현장에서 발굴한 아이디어로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하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내일채움공제가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도움을 주며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말 기준 내일채움공제는 6468개 기업, 1만5882명이 가입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연계하는 신규 사업도 발굴했습니다. 최근 강원도와 도내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청·장년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자는 협의 아래 올해 100명 가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전라북도, 충청남도 등과도 협력사업을 협의 중입니다. 내일채움공제 가입 대상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한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고용노동부의 '청년취업인턴제' 근로자 지원을 현금지급 방식에서 자산형성방식으로 개선해 중진공의 '내일채움공제'와 연계했습니다.
-중소기업 수출확대는 말처럼 쉽지 않은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무엇으로 보나요.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수출하는 건 예전에 고민하지 않았던 비용이 발생하는 겁니다. 수출을 하려면 선행투자도 해야 하고 현지에 맞는 제품을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죠. 거기에다 수출을 하면 채산성이 떨어집니다. 왜냐하면 글로벌 기업과 가격경쟁을 해야 해서 수출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출시장과 내수시장은 타깃과 경쟁업체가 다르고 더 치열하기 때문이죠. 여기에 수출을 위한 각종 보험과 인증, 서류 작업, 환위험 등 기업으로서는 리스크(위험)와 코스트(비용) 모두 올라갑니다. 실제 분석을 해보면 수출기업이 내수기업보다 부채비율이 높고 신용등급이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원을 해주고 수출하라고 해도 효과가 떨어집니다.
수출을 하면 신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부를 창출하게 되고 그러면 제2의 창업 효과가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1960~70년대 모직과 설탕 등 내수에 치중하던 기업이 대거 수출전선에 뛰어들 당시 정부처럼 수출기업에 파격적인 지원에 나서야 합니다. 금융과 세제·인력 지원을 통해 위험과 비용을 대폭 줄여야 합니다.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은 정책자금 지원시 각종 우대와 상속세 혜택과 같은 과감한 지원도 강구해야 합니다. 실제 중진공은 지난해부터 정책자금 지원시 수출기업에 대해선 금리 인하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이나 신규 사업 분야는.
▶내년 미국 대선이 지나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규제가 강화되고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중소기업에 FTA(자유무역협정) 컨설팅과 대응방안 교육도 강화해야 합니다. 산업혁신도 가속화됩니다. 전기차가 도입되면 자동차 부품 회사의 80%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런 분야에 속한 중소기업의 사업전환도 준비해야 합니다.
중진공이 중견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 중입니다. 중견기업도 내일채움공제 세제혜택 대상에 포함된 것처럼 중견기업 육성과 지원도 중요합니다. 중견기업의 상당수가 대기업 협력사로 내수시장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기술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중견기업 지원을 통해 수출기업화하는 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출과 인력지원 사업은 중견기업 속성에 잘 맞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도약한지 3년 미만인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방안 등을 중기청에 건의할 예정입니다.
-내부혁신을 위한 독수리팀을 만드셨는데요. 독특한 이름입니다. 어떤 취지인지요.
▶중진공과 같은 정책을 집행하는 공공기관은 인력과 예산이 제한돼 있는데 고객수가 많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 모두 고객인 셈이죠. 한정된 기간에 정해진 정책자금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려면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이상 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은 '효율화'입니다.
그래서 내부조직 혁신을 위한 경영혁신 전담반인 독수리팀을 만들었습니다. 멀리보자는 의미입니다. 매주 2회 이상 만나 회의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1개 주제에 대해 결론을 낸 뒤 다음 주제로 넘어 갑니다. 업무프로세스 개선, 부서간 협업을 통한 업무량 경감과 같은 조직의 효율적 운영이나 인사제도 개편을 통한 조직의 성과제고에 집중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성과평가보고서를 보고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외부 전문컨설팅 기관에 3억원 이상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결과물을 담아냈습니다.
-인사제도를 대폭 개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남 진주에 있는 본사에서 일한 경력 1년 이상을 갖추지 못한 직원은 승진을 제한했습니다. 발탁승진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본사 공모보직 장기 근무자나 지역본부 고성과자에 대해 승진서열명부와 관계없이 별도 심사를 통해 승진을 실시하는 제도입니다.
희망권역별 전보인사를 통해 본사 근무 후 지역근무시 본인이 희망하는 생활권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순환전보를 실시합니다. 자금이나 수출·인력 등의 분야에서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해당 직원을 순환보직에서 빼도록 한 전문직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전체 직원의 10%만 적용합니다. 이런 인사문화를 만드는 궁극적 이유도 효율성 강화입니다.
중진공은 자금을 집행할 때 현장을 나가서 실사도 하고 보고서 작성도 합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공대 박사가 약정 업무를 하면 2일 걸립니다. 옆자리 직원이 2시간이면 끝내는 일인데요.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업무를 나누도록 했습니다. 지역본부를 평가와 컨설팅을 전담하는 기업지원팀과 서류 작업을 주로 하는 사업운용팀으로 분업화했습니다.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1명이 기업 지원을 모두 전담했을 때보다 견제가 가능해 비리 가능성도 줄였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추경 8200억원을 집행하는데 인력 충원 없이도 잘 마무리한 것은 직원의 노력과 시스템 개편 효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