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생태계를 키운다고 군불만 떼다가 끝나는 게 아닌가 싶다.”
연말 한 행사 자리에서 만난 민간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정부가 일관된 정책 시그널(신호)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자칫 지난 몇 년간 공들여 키워온 벤처생태계가 식어버릴까 하는 우려였다.
그의 걱정은 급감한 모태펀드(중소기업모태조합) 예산 때문이었다. 혁신벤처기업의 자금줄로 쓰일 내년 모태펀드 예산은 ‘반토막’이 났다. 국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모태펀드 예산은 2400억원으로 확정, 전년보다 2100억원 줄어들었다.
모태펀드 예산은 혁신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하는 ‘마중물’로 쓰인다. 민간 VC가 이 자금을 가지고 벤처펀드(벤처투자조합)을 만들어서 여러 혁신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벤처기업이 경제운용방향의 한 축인 혁신성장 주체로 주목을 받으면서 한때 예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7년 추가경정예산을 거쳐 8300억원까지 늘어났던 예산은 2년 연속 반토막 나면서 박근혜정부 시절 규모로 되돌아갔다.
내년 예산 규모가 크게 줄면서 벌써부터 대규모 추가경정 예산을 기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관련 예산이 줄어들면 장기적인 벤처투자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벤처투자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13%로 여전히 미국(0.37%)이나 중국(0.28%)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예산이 줄어드는 가운데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지난주 새로운 투자 방침들을 내놓았다. ‘동일기업의 투자한도, 후행투자 제한’ 등 문제로 지적됐던 규제는 철폐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춘 ‘신규약’을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대표 ‘유니콘’ 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민간과 머리를 맞대고 만든 결과였다. 정작 규제를 풀었어도 이번엔 유니콘을 키울 곳간에 돈이 떨어질까 걱정을 하게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