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얼음이 아니야" 물 분자까지 계산…동계올림픽 '승부의 과학'

"다 같은 얼음이 아니야" 물 분자까지 계산…동계올림픽 '승부의 과학'

류준영 기자
2026.0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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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자료사진=뉴시스
동계올림픽 자료사진=뉴시스

전 세계인의 겨울스포츠 축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는 12개 종목에 71명의 선수단을 파견,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 중이다.

빙판·설원 위 선수들은 0.01초의 기록이라도 줄이기 위해 오랜 시간 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동계올림픽의 승부를 가르는 것은 근력과 정신력만이 아니다. 동계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중력·마찰력·공기저항'과 겨루는 경기다. 그 치열한 싸움 뒤편에 얼음·눈을 제어하고, 움직임을 분석하고, 기록을 판정하는 정밀과학기술이 촘촘히 깔려 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선수들의 열정, 그리고 최신 과학기술이 빚어내는 정밀한 승부를 함께 바라보며 동계올림픽 매력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준액체층에서 페블까지, '미끄러움' 설계 기술

동계 종목의 출발점은 얼음과 눈의 상태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얼음은 수분 함량·온도·경도까지 정밀 제어되며, 미세한 차이가 마찰력을 바꿔 기록에 직접 영향을 준다.

특히 얼음의 미끄러움은 단순히 표면이 매끈해서가 아니라 표면에 형성된 얇은 준액체층에 의해 결정된다. 내부의 물 분자가 단단한 결정 구조를 이루는 것과 달리, 표면 분자는 공기와 맞닿아 결합이 느슨해지며 반고체에 가까운 층을 만든다. 이 층이 윤활유처럼 작용해 마찰을 줄이고, 스케이트가 빠르게 미끄러지도록 돕는다.

종목마다 요구되는 얼음 조건도 다르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직선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정하고 단단한 빙질이 필요하고, 아이스하키는 급정지 및 급회전에 대응하도록 날이 빙면을 섬세하게 잡아주는 얼음이 요구된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일정한 활주 속도를 유지하도록 표면 상태와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해야 한다. 결국 같은 빙판이라도 최적의 조건을 만드는 기술이 경기력을 좌우한다.

특히 컬링은 빙질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얼음 표면에는 미세한 물방울을 얼린 페블이 형성되며 선수들의 스위핑은 이를 살짝 녹여 수막을 만들어 마찰과 진행 방향을 조절한다. 단순한 쓸기 동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열과 마찰, 유체 효과를 활용한 정교한 제어 과정이다.

이밖에 스키와 스노보드 종목에서 사용되는 인공눈 역시 입자 크기와 밀도를 조절해 속도·안정성·부상 위험을 동시에 관리한다.

동계올림픽 자료사진=뉴시스
동계올림픽 자료사진=뉴시스
빙판 위 퍼포먼스를 만드는 과학

빙상 종목은 '장비 스포츠'라 불린다. 스케이트의 금속날은 초정밀 합금과 연마 기술로 마찰을 최소화한다. 또 얇은 날이 만드는 압력으로 표면에 미세한 물층을 형성되도록 해 더 부드럽게 미끄러지게 한다.

종목에 따라 설계도 다른데 스피드스케이트의 경우 긴 날로 직선 속도를 높이고, 피겨스케이트는 홈과 톱니로 회전과 점프를 돕는다.

아이스하키 스케이트는 짧고 둥근 형태며, 부츠 역시 발목 지지력과 보호 기능이 각기 다르게 설계된다. 스키와 보드는 탄성·강도·진동 흡수 특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복합소재로 제작한다.

설상 종목에서는 공기저항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선수들의 경기복은 풍동 실험과 유체역학 분석을 통해 공기의 흐름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봅슬레이 썰매 역시 '얼음 위의 F1'이라 불릴 만큼 치밀한 공력 설계가 적용된다.

0.001초 승부 지키는 '정밀 계측'

동계올림픽에서 측정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공정성과 권위를 가르는 기준이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처럼 스케이트 날 끝의 미세한 차이로 메달 색이 달라지는 종목에서는, 인간의 눈으로 구분할 수 없는 찰나를 첨단기술이 대신 판정한다.

결승선에 설치된 초당 수천 프레임의 초고속 카메라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을 기록해 1000분의 1초 단위까지 측정한다. 이와 함께 광학 센서, 레이저 타이밍 시스템, 영상 분석 장비 등이 선수의 기록을 정밀하게 기록·산출하고 판정의 일관성을 보장한다.

선수의 훈련 시 움직임을 각종 측정 장비를 통해 수집하는 데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AI 분석을 통해 자세 교정, 출발 반응 속도 개선, 회전 궤적 최적화 등에 활용한다. 최근에는 훈련 단계에서 디지털트윈을 구축, 실제 경기와 동일한 조건을 가상환경에서 반복 실험하기도 한다.

동계올림픽 자료사진=뉴스1
동계올림픽 자료사진=뉴스1
승부는 빙판 밖에서 난다…AI 중계 도입

올림픽은 이제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중계·제작·데이터 기술이 핵심 경쟁력인 글로벌 기술 무대로 진화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AI 기반 중계 기술의 발전이 두드러지며 스포츠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올림픽방송서비스(OBS)는 기존 위성 중심 송출을 100%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고, AI가 다수의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 분석·합성해 특정 장면을 360도 시점으로 재구성하는 멀티카메라 리플레이를 도입했다.

설상 종목에서는 FPV 드론 촬영이 도입돼 시속 130km로 질주하는 선수의 시선을 그대로 전달하며 현장감을 크게 높였다. 쇼트트랙 주요 맞대결 장면은 기술과 서사가 결합된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피겨스케이팅에서는 컴퓨터 비전이 점프 높이·회전 속도·체공 시간 등을 실시간 데이터로 시각화해 연기를 데이터 기반 스토리로 확장한다.

OBS는 AI 자동 하이라이트, 다각도 리플레이, 드론 촬영 등을 통해 방대한 콘텐츠를 생산하며 팬들이 전체 경기를 보지 않아도 가장 의미 있는 순간에 즉시 접근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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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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