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흔들리는 벤처 경영권③] 제도 시행 2년 지났지만 도입 단 2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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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도입된 '복수의결권' 제도가 시행 2년이 지났지만 유명무실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까다로운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투자사인 벤처캐피탈(VC)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창업자들이 제도 활용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 여파로 경영권 방어 수단이 더욱 절실해졌지만 현장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1일 벤처확인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말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 제도가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이를 도입해 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콜로세움코퍼레이션과 하이리움산업 등 단 2곳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바늘구멍' 같은 발행 요건을 꼽는다.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려면 누적 투자액 100억원 이상, 직전 라운드 50억원 이상 투자 유치, 창업가 지분 30% 미만 하락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이종건 법무법인 이후 변호사는 "복수의결권 발행 요건 자체가 워낙 까다로운데다 요건을 갖췄더라도 75% 이상의 주주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신히 법적 요건을 맞춰도 벤처투자의 구조적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복수의결권 발행을 위한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라 기존 주주 75% 이상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후속 투자유치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창업 6년차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을'의 입장인 스타트업이 투자사에게 먼저 요구하기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VC가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표준계약서에 복수의결권 관련 내용이 빠져있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한 VC 심사역은 "기본적으로 투자사 입장에선 창업자의 복수의결권에 선뜻 동의해 줄 동인이 없다"며 "표준계약서에 관련 내용이 없기 때문에 창업자가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이상 해당 내용을 새로 넣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설계 초기부터 지나치게 규제에 초점을 맞춘 것을 패착으로 꼽는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공동 대표변호사는 "도입 초기부터 부작용 우려에 쏠려 논의가 진행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는 충족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조건들이 생겨났다"며 "스타트업이 투자사에 복수의결권을 먼저 꺼내기 어려운 현실적인 권력 구조도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는 "당시 여러 부작용을 고려해 제도를 보수적으로 설계한 탓에 실제 도입 사례가 2건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벤처투자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세부 요건을 보완하는 방향의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복수의결권 제도가 M&A(인수·합병) 등 회수시장 활성화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의 경우 VC의 주요 회수 수단이 IPO(기업공개)에 편중된 경향이 있는데 복수의결권이 M&A를 통한 회수 활성화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제도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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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복수의결권 활성화를 위해선 창업가와 투자사 간의 두터운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1호 복수의결권 도입 기업인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의 정관 변경에 동의했던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투자사와 창업가 사이에 깊은 신뢰가 없었다면 동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복수의결권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투자사 입장에선 껄끄러운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창업가 스스로 회사의 가치와 경영 능력을 끊임없이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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