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FLOW]

"AI(인공지능)한테 말만 하면 1시간 만에 시놉시스(기획)부터 결말까지 다 써줘요. '딸깍 소설' 투고가 넘쳐납니다."(문학 출판사 관계자)
AI를 이용한 집필이 늘자 출판업계의 고심도 깊어진다. 신인과 기성 작가를 가리지 않고 AI가 깊게 침투하면서 검증 요구가 많아졌지만 정작 걸러내기는 쉽지 않다. 어디까지를 인간의 작품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대형 온라인 웹소설 플랫폼이 개최한 공모전에는 '딸깍 소설'의 출품이 2~3배 이상 늘어났다. 마우스로 '딸깍' 누르기만 하면 AI가 대부분을 집필해 주는 소설을 '딸깍 소설'이라고 부른다. 공모전 관계자는 "대부분 비슷비슷한 문체에 주제도 흡사한 경우가 많다"며 "이런 작품만 절반이 넘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딸깍 소설'은 전 세계 출판량 증가의 일등공신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이 전년 대비 32.5%나 치솟았으며, 프랑스에서도 출판사에게 부여하는 고유한 번호인 '프리픽시즈'가 1만 2000여개나 신규 발급됐다. AI를 활용하면 예전보다 책을 내기가 쉽기 때문에 1인 출판이나 소규모 출판사가 크게 늘어났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부정적 효과도 만만찮다. 수가 너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제대로 된 검증이 어려워 저질 서적이 쏟아진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공장식으로 책을 양산하면서 1년에 9000권이 넘는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까지 나올 정도다. AI가 무단으로 다른 작가의 문체나 설정 등을 가져온다는 저작권 문제도 있다.

'딸깍 소설'을 만들기는 쉽지만 검증에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적발되더라도 "내가 쓴 것이지 AI를 활용하지 않았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세계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 후보에 오른 텔리송 오렐리앵 작가의 '그것 아니면 죽음이었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상 주최측과 출판사까지 달려들어 몇 달 간의 조사 끝에 AI 사용 여부를 확인했으나, 작가는 여전히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공모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국내 출판시장에서는 문제가 심각해지는 때가 많다. 문학동네나 창비, 위즈덤하우스 등 '10대 출판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영세 출판사가 많은 만큼 비용이 적은 공모전을 자주 열지만, 후보작 숫자가 워낙 많아 AI를 걸러내기 어렵다. 최근에는 중국·동남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소설을 AI로 번역하거나 살짝 손봐 출품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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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는 AI 출판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I를 활용하는 작가들이 점차 늘고 있는 만큼 막연하게 모든 AI의 활용을 금지하기보다는 활용도 상한선을 정해 두거나 자체 검증 의무 등을 부과하자는 뜻이다. 글로벌 플랫폼 아마존은 AI를 사용했을 경우 반드시 고지해야 하며, 일본에서는 저자가 스스로 AI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
한 소설 전문 출판사 대표는 "유명 작가들 사이에서도 AI의 활용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에서도 AI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 적발됐을 때 책임은 누가 얼마나 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때"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