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예타 면제를 통해 국가기간망 사업의 행정절차를 단축하기로 했지만, 실제 송전망 구축 과정에서는 주민 협의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예타와 인허가 절차가 빨라지더라도 주민 반발로 착공이 늦어지면 당초 기대한 사업기간 단축 효과를 충분히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송전망 사업은 예타와 인허가 이후에도 노선 확정과 착공 과정에서 주민·지자체와 협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행정절차를 앞당기더라도 송전선로와 변전소 입지를 둘러싼 주민 반발이 장기화하면 당초 기대한 사업기간 단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수도권 전력 공급의 핵심인 동해안~신가평 500kV 송전선로는 과거 입지 선정 과정에서 산불 우려와 지가 하락 등을 둘러싼 주민 반발 등이 이어지면서 당초 계획보다 착공이 약 66개월 지연됐다.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선로는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주민 반발과 지자체의 개발행위 허가 문제 등이 겹치면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 예타와 인허가 등 행정절차가 진행됐더라도 지역사회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제 공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송전망은 노선과 입지를 둘러싼 주민 갈등을 얼마나 빨리 해소하느냐가 사업 속도를 좌우한다. 특히 송전선로는 여러 지역을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 한 곳에서 갈등이 발생해도 전체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송전망 건설이 늦어지면 발전량이 많은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요처로 보내지 못해 출력제어가 발생할 수 있고, 수도권에서는 반도체 산단과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의 적기 가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주민 반발을 줄이기 위해 송전선로 지중화와 주민친화형 변전소 확대, 주민설명회·지원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중화는 송전탑에 대한 주민 반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가공 송전보다 사업비가 많이 들고 공사기간도 길어질 수 있으며, 지하 노선과 토지 보상 등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송전선을 지하로 옮겨도 주민 수용성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예타 면제로 행정절차를 단축하는 것과 함께 범정부 차원의 갈등 조정과 주민 보상·지원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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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망 적기 건설의 핵심은 지역 주민과의 상생 협력과 지방정부의 신속한 행정적 지원"이라며 "국가적 차원의 안정적 전력 공급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주민 수용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소통과 이해와 상호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호남권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와 발전단지를 연결하는 송전망 확충에 나선 만큼, 예타 면제로 시작된 사업기간 단축 효과를 실제 착공과 준공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주민 수용성을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