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발길을 돌릴 때, 정반대로 현장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가스 사고가 발생한 참담한 현장에서 흔적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해야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한국가스안전공사 김훈배 명장이 지난 15년간 수백 곳의 사고현장을 지켜온 이유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연 1회, 단 1명만을 선발하는 '가스안전명장'의 주인공으로 가스사고조사 분야 김훈배 팀장을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가스안전명장'은 공사가 수행하는 업무 분야 중 기술 숙련도, 다면성, 기여도, 전문지식 등을 엄격히 심사해 최고 수준의 역량을 인정받은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영예다. 명장으로 선발되면 기술자문과 현장 지도, 전문 인재 양성 등 대한민국 가스안전의 구심점 역할을 맡는다.
김 명장에게 사고조사는 단순히 사고의 책임자를 찾아내는 일이 아니다. "사고조사의 진정한 목적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를 가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원인을 밝혀같은 사고로 또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첫 조사는 2011년 인천 영종도 가스폭발 사고였다. 현장에 도착했지만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었고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그를 짓눌러다고 한다.
미국화재예방협회(NFPA), 미국화재조사협회(NAFI) 등 해외 전문 자료를 습득하고 국제 학회에 참석하며 기술력을 갈고닦은 이유다. 이같은 시간을 보내며 김 명장은 국내에 단 27명뿐인 국제화재조사관(CFI)을 비롯해 화재폭발조사자(CFEI), 자동차화재조사자(CVFI) 등 최상위 전문 자격을 차례로 취득했다.
사고조사 15년은 숱한 기록을 남겼다. 김 명장은 지금까지 532건의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237건의 제품을 감정했다. 수소 충전 작업 절차 마련 등을 포함해 가스 안전과 직결된 92건의 제도 개선도 이끌어 냈다. 주요 사고현장 342건의 원인 조사를 지원하고 공사 직원 600여 명을 사고조사 전문가로 양성했다.
김 명장은 사고조사에서 찾아낸 원인을 바탕으로 다음 사고를 막는 제도와 기준을 보완해나가는게 가장 중요한 목표다. 그는 "사고조사는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밝혀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원인을 통해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와 현장을 바꿀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찾아낸 작은 흔적하나가 누군가의 다음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앞으로 현장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