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 원전사업에서 시공계약 결렬이 단순한 내부 갈등을 넘어 팀코리아에 대한 신뢰도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섰다. 해외 원전 사업에서 팀코리아의 수주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신속한 사태 수습을 통한 팀코리아의 신뢰도 회복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2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이날부터 체코 원전 시공계약 협상종료 관련 장·차관 주도의 비상관리체제를 본격 가동했다. 이날 박동일 산업부 차관은 후속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기존 시공계약 협상종료에 따른 주요임무 수행 방안과 신규 시공사 선정절차 등을 논의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주계약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시공사)과 진행해 오던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시공비, 계약방식, 역무범위 등 주요 계약 조건과 관련해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선건 이번 사태가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팀코리아의 경쟁력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동안 원전 팀코리아는 풍부한 시공경험과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적기·적정가 시공)을 주요 강점으로 내세워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수주 경쟁을 벌여왔다.
설계부터 조달, 시공, 운영에 이르기까지 원전건설 전주기 밸류체인을 갖췄다는 점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체코 원전 수주 이후 불거진 내부 갈등으로 인해 그동안 팀코리아가 내세운 주요 장점들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는 향후 발주가 예정된 다른 해외 원전사업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체코의 경우 두코바니에 이어 테믈린 원전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팀코리아의 내부 갈등 문제로 두코바니 공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후속사업 수주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당장 현재 팀코리아가 수주전에 참여한 베트남 닌투언2호 원전 사업에서도 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 닌투언2호 사업은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수주전에 참여 중인데 이번 시공비 갈등의 당사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주처의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단순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보는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계약방식 문제와 그로인한 사업성 훼손 및 시공사 손실 부담 등으로 우려가 번진다면 미국을 포함해 현재 수주 추진 중인 원전사업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독자들의 PICK
지금 10,921명 읽는 중
한수원의 사업관리 역량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앞서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관련 한전과의 정산금 문제, 이집트 엘다바 원전 관련 대규모 손실 등으로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이에 대해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전날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한수원은 두코바니 원전의 EPC(설계·조달·시공) 주계약자이자 원전 수출을 책임지는 공기업"이라며 "개별 계약의 이해득실을 넘어 사업 전체를 바라보는 더 큰 책임과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신속한 수습에 나선 만큼 원활한 갈등 해결로 팀코리아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은 산업부의 중재를 통한 건설 계약 재협상을 요청한 상황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공사 교체에 따른 일정과 비용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전 수출의 계약구조와 위험 분담 체계가 더욱 선진화되고 공고해질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