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대한토목학회장 인터뷰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 전격전'을 선언한 가운데 메가특구에 필요한 전력·용수·교통망을 하나의 일정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별 사업의 인허가를 단축하는 '메가특구특별법'과 함께 국가 전체의 인프라 투자 순서와 공급 시점을 조정하는 '국가인프라기본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승헌 대한토목학회장은 30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첨단산업단지는 부지만 확보한다고 가동되는 것이 아니다"며 "전력이 2년 늦거나 용수가 3년 늦으면 나머지 인프라를 먼저 만들어 놓은 효과도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전력·용수·교통 중 하나라도 늦어지면 전체 공장 가동이 지연되는 만큼 시설별 계획보다 통합된 사업 일정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메가프로젝트 점검회의에서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단축, 기반시설의 신속한 확충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청와대 전담조직과 총리실 범정부 지원협의회를 운영하는 방향도 제시했다.
한 회장은 "메가특구특별법이 특정 프로젝트를 빠르게 추진하기 위한 '가속장치'라면 국가인프라기본법은 여러 프로젝트와 인프라를 장기간 조정하는 '상시적인 운전 체계'에 가깝다"며 "특별법이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빨리 할 것인가'를 다룬다면 기본법은 '국가 전체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어떤 순서와 타이밍으로 추진할 것인가'를 다루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특구 밖에서 여러 지역과 행정구역을 통과하는 송전망이나 광역용수는 특구 내부의 인허가를 단축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여러 메가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전력망과 용수·교통시설, 정부 재원을 어디에 어떤 순서로 투입할지도 개별 특구법만으로 결정하기 힘들다는 게 한 회장의 판단이다.
부처별 칸막이도 국가인프라기본법이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산업단지는 산업정책, 전력은 에너지정책, 용수는 물 관리 정책, 도로는 교통정책의 일정에 따라 움직여 각 부처가 맡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더라도 모든 기반시설의 완공 시점이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한 회장은 "부처 칸막이의 본질은 조직 간 갈등이라기보다 서로 연결된 사업을 하나의 시간표로 관리하지 못하는 데 있다"며 "국가 전략사업에는 전력·용수·도로·철도와 환경 인허가를 하나의 통합 일정으로 관리하는 '원 프로젝트-원 인프라 스케줄'(One Project-One Infrastructure Schedule)'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발전설비 자체보다 장거리 송전망을 제때 구축하는 문제가 가장 어려운 병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이달 제시한 계획은 클러스터의 최종 전력 수요를 약 14.7GW로 보고 2041년까지 공급하는 것이다.
한 회장은 "핵심은 필요한 전력을 실제 클러스터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할 송전망과 변전설비를 계획된 시점에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면서 "송전선로는 경과지 갈등과 주민 수용성, 계통 안정성, 변전설비 건설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단순히 인허가 기간만 단축해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공장 가동 목표 시점을 먼저 정하고 그 시점에서 역산해 전력·용수·교통시설의 착공과 준공 시기를 맞추는 '역산형 통합 인프라 계획'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정 조정을 담당자의 노력이나 임시 태스크포스(TF)에 맡기지 않고 국가인프라기본법을 통해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기본법이 기존 분야별 계획 위에 또 하나의 방대한 계획을 얹는 방식으로 설계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 회장은 "두꺼운 기본계획보다 얇지만 강한 조정체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인프라기본법이 부재한 경우의 가장 큰 위험으로는 '타이밍을 놓치는 비용'을 꼽았다. 한 회장은 "앞으로의 인프라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짓느냐가 아니라 필요한 인프라를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시점까지 완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