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벗고 자고 있는데" 덜컥 열린 문...동의 없이 온 부동산, 처벌될까

"옷 벗고 자고 있는데" 덜컥 열린 문...동의 없이 온 부동산, 처벌될까

윤혜주 기자
2026.08.3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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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문제를 두고 편의성과 사생활 침해 우려 사이에서 거주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에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문제를 두고 편의성과 사생활 침해 우려 사이에서 거주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에 비밀번호 알려줘야 할까요?"

집을 매물로 내놓은 거주자들이 현관 비밀번호 공개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거래를 신속하게 진행하려면 부동산에 번호를 알려주는 편이 유리하지만, 사생활 침해와 범죄 노출을 우려해 선뜻 전달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임시로 비밀번호로 변경하거나 주말 방문만 허용하는 등 나름의 대안을 세운다. 그러나 정작 부동산에서는 비밀번호 공유를 거부하면 집이 팔리지 않는 원인을 거주자 탓으로 돌리면서 눈치를 준다고 한다.

이미 샤워 중이거나 집에서 쉬고 있을 때 동의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놀랐다는 경험담이 적지 않게 공유되고 있다. 특히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은 이들은 외출한 사이 누군가 집 안에 들어왔을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불안에 시달린다.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걱정에 그치지 않고 실제 주거침입 피해로 이어진 사례가 발생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박모 씨가 중개인들의 무단 출입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사건이 확인됐다.

옷도 안 입고 자는데 문이 열렸다
A, B 중개사가 박 씨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사진=박 씨 제공
A, B 중개사가 박 씨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사진=박 씨 제공

첫 번째 피해는 여행을 떠난 사이 집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A 공인중개사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면서 시작됐다. 당시 A 중개사는 집 내부를 둘러보고 확인한 뒤 돌아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20일 B 공인중개사가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박 씨가 집 안에서 자고 있는 사이 문을 열고 손님과 함께 들어왔다.

박 씨는 "두 사람이 같은 부동산 소속이긴 하지만 B 중개사한테는 비밀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다"며 "당시 피부발진이 심하게 일어나서 온몸에 약을 바른 뒤 옷을 입지 않은 채 자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들어오더라"고 토로했다.

B 중개사는 A 중개사에게 비밀번호를 전달받아 사전에 문자를 남겼으나, 답장이 없어 집이 비어 있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박 씨가 항의하자 A, B 중개사 모두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 기다리면 집은 언제 보여주나"
D중개사는 박 씨에게 방문해도 되냐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박 씨는 이를 보지 못해 답장을 하지 못했는데 이후 D중개사는 박 씨 동의 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오려고 했다/사진=박 씨 제공
D중개사는 박 씨에게 방문해도 되냐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박 씨는 이를 보지 못해 답장을 하지 못했는데 이후 D중개사는 박 씨 동의 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오려고 했다/사진=박 씨 제공

황당한 일은 다른 부동산과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됐다. 박 씨가 집에 없을 때 방문했던 C 공인중개사 역시 같은 사무실의 D 공인중개사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D 중개사가 박 씨 동의없이 집을 찾아와 문을 열려고 한 것이다. 이전 사건 이후 박 씨가 미리 비밀번호를 바꿔놓으면서 D 중개사는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D 중개사가 계속 바뀐 번호를 누르는 바람에 도어락 경보음이 울렸고 박 씨는 놀라 잠에서 깼다. 나가서 항의하자 D 중개사는 오히려 "답장이 없어서 열어봤다", "답 올 때까지 기다리면 집은 언제 보여주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박 씨는 "부동산 문자가 너무 많이 와서 못 본 연락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연락이 안 되면 오면 안 되는거 아니냐"고 했다. 결국 박 씨는 해당 중개업자들에 대해 주거침입 등으로 영등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동의 없이 문 열면 '주거침입'…"평온 깨뜨렸다"

김소희 변호사(법무법인 안심)는 이 같은 공인중개사들의 행위에 대해 엄연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B 중개사의 경우 박 씨의 동의를 받지 않고 비밀번호를 입력해 집 안에 들어갔으니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며 "박 씨가 매물 확인 등 특정 목적으로 비밀번호를 줬더라도 거주자의 명시적 동의를 받지 않고 임의로 출입한 것은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침입에 해당한다"고 했다.

실제 공인중개사가 세입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고객에게 아파트를 보여주기 위해 비밀번호를 누르고 침입한 행위에 대해 주거침입죄를 인정한 판결이 있다. 2019년 1월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를 고객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세입자 동의 없이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거주자의 명시적·추정적 동의 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행위는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치는 침입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D 중개사처럼 비밀번호가 변경돼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더라도 사전 동의없이 비밀번호를 계속 누르며 집 안에 진입하려 한 행위는 주거침입미수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유사 사례로 공인중개사가 비밀번호를 변경한 후라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리며 소란을 피운 행위에 대해 주거침입죄를 인정한 판례가 있다.

형법 제319조 제1항은 "사람의 주거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 322조에는 이러한 주거침입죄의 미수범 역시 처벌하도록 명시돼 있다.

또 공인중개사가 거주자에게 전달받은 비밀번호를 본인 동의 없이 타인에게 넘긴 행위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법 제29조 제2항은 개업공인중개사 등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공인중개사가 중개업무를 그만둔 이후에도 비밀누설 금지 의무는 여전히 유효하다.

김 변호사는 "현관 비밀번호는 중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로서 피해자의 주거 보안과 직결되는 사항"이라며 "이는 공인중개사가 업무상 알게 된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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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주 기자

안녕하세요. 윤혜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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