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박원순, 절차적 정당성 없이 정비구역 57% 해제
10년 후 후폭풍으로…"시정 관계없이 공급 이어져야"

서울시가 최근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 부족을 초래한 주된 원인으로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추진된 정비구역 해제 및 도시재생사업을 지목했다. 당시 개발보다 보존을 우선시한 정책으로 상당수의 정비구역이 해제되면서 주택공급 기회가 축소됐고 이것이 10년이 지난 현재 '공급 절벽'이란 후폭풍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 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오세훈 시장 재임 기간의 인허가·착공 감소를 지목하는 등 일각에서 '오세훈 책임론'이 제기된 데 대해 서울시가 백서 발표를 통해 정면 반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 주택 공급정책 20년의 평가와 성찰' 백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시장 기간인 2012~2020년 전체 정비구역 683곳 중 57%인 389곳이 해제되면서 약 43만호의 주택 공급 기회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백서에 따르면 2016~2020년 연평균 2만9000호에 달했던 정비사업 착공 물량은 2021~2025년 1만5000호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명 실장은 이에 대해 "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10년 전 정비구역 대거 해제의 영향이 현재의 공급 부족으로 현실화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정비구역 해제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미흡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해제된 389곳 중 주민 의견조사 없이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직권해제된 곳이 66곳(17%)이었으며 주민 요청 등에 따른 의견조사를 거쳤으나 절차가 부실했던 곳도 264곳(68%)에 달했다. 일몰제 적용 해제는 59곳(15%)에 불과했다.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을 위해 직권해제 조례를 신설했으나 대법원에서 취소 판결을 받았다"며 "모든 해제가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직권해제는 공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약 1조9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당시 도시재생사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면 철거 대신 기존 지역을 보전하며 주거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였지만 도로·공원·생활SOC 등 실질적 주거환경 개선 성과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이어 오세훈 시정 2기인 2021년부터 정비사업에 드라이브를 건 결과 총 60만호의 주택공급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명 실장은 "지금 주택 공급을 하지 않으면 10년 후 미래세대가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시정이 바뀌더라도 연간 아파트 4만호, 비아파트 3만호, 공공주택 2만호 등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주택 공급 체계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청장이 99가지 사유로 정비사업 반대…"권한 이양 문제"

서울시는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김 부시장은 "과거 10년간 아파트가 연 4만호씩 공급됐을 당시 이주대란이 없었고 현재 서울시는 2031년까지 연평균 5만호 공급계획을 세웠다"며 "서울시 공급물량으로도 충분한데 정부가 별도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추가 추진해 이주 문제만 심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민간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도심에 LH 등 공공기관이 직접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형태의 정비사업을 말한다.
독자들의 PICK
지금 1,466명 읽는 중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기초자치단체장에 이양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부시장은 종로구 창신9·10구역 사례를 들며 "종로구청장이 해당 구역의 사업시행인가를 4개월째 처리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두 차례 공문을 보내 행정 처리를 촉구했음에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도 구청장이 99개 사유를 들어 사업을 지연할 수 있는데 전문 인력이 부족한 기초지자체에 권한을 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규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정비사업 속도를 끌어올려 단기적 주택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명 실장은 "정비사업에 따른 멸실 이주 수요가 전·월세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동일 권역 내 이주수요가 집중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에는 2000세대 초과 단지에 적용하던 이주 시기 조정 제도를 1000세대 초과 단지에도 도입할 계획"이라며 "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를 분석한 결과 기존 입주민의 약 80%는 다세대주택으로, 나머지 20%는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에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경기도 등 인접 시도와도 실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