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 가품이 제품부터 온라인 판매 콘텐츠까지 통째로 복제하며 진화하고 있다. 정품의 제품 사진과 상품 정보를 가져와 AI로 상세페이지와 제품 설명을 만들고 가짜 후기와 전문가 추천 문구까지 붙이는 방식이다. 가품 판매글을 만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면서 인기 K뷰티 제품을 노린 위조품이 해외는 물론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
7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을 둘러싼 싱가포르 논란에서도 비공식 유통 문제가 드러났다.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이 특정 배치 제품에서 수단레드가 미량 검출됐다고 밝혔지만 에이피알은 해당 배치의 싱가포르 공식 수출 이력이 없으며 검사 샘플 판매처 역시 공식 공급·유통업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앞서 7월에는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공항에서 같은 메디큐브 제품의 위조 의심 제품 100여점이 압류되기도 했다.
메디큐브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중국 광둥성 포산시에서는 조선미녀와 스킨1004 위조품 약 5만6000개가 한꺼번에 압수됐다. 정품 기준 피해액만 약 10억원으로 추산됐다. 중국 광저우 단속에서도 메디큐브 6개 품목 모방품 6000여개와 스킨1004·아렌시아 등 국내 브랜드 제품이 함께 적발됐다. 코스알엑스와 아누아처럼 해외 판매량이 많은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제품도 주요 위조 대상이 되고 있다.
가품의 확산 속도는 AI를 만나 더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위조업자가 정품 사진을 복사해 상품 설명을 붙이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제품 이미지와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판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국가와 언어에 맞춰 상품 설명을 바꾸고 가짜 사용 후기나 전문가 광고까지 제작해 여러 플랫폼에 동시에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같은 가품을 이름과 가격만 바꿔 쇼피·아마존·틱톡샵 등에 반복 등록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브랜드 보호 기업 ACVISS는 생성형 AI를 활용할 경우 기존 방식으로 하루 100개가량 만들 수 있던 가짜 판매 게시물을 하루 1만개까지 생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K뷰티 가품 차단 건수도 급증했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에서 차단된 K브랜드 위조 화장품 판매글은 2023년 1만6774건에서 2024년 2만3494건, 2025년 3만6116건으로 늘었다.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위조품은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돼 해외 이커머스와 국내 오픈마켓으로 퍼지고 있다. 마크비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적발된 K뷰티 위조 제품은 약 111만5816개다. 올해는 1~5월에만 225만건이 적발돼 연간 500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브랜드가 감당해야 할 비용도 커지고 있다. 플랫폼마다 판매글 삭제 절차가 달라 기업이 직접 가품을 찾아 진위를 확인하고 삭제를 요청해야 한다. 해외 시장이 넓어질수록 모니터링 대상도 함께 늘어난다. 아모레퍼시픽이 가품 유통 모니터링 전담팀을 신설하고 에이피알이 메디큐브에 정품 인증 QR코드를 도입하는 등 기업들도 대응에 나서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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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정품 인증기술 도입비를 기업당 최대 2억원까지 지원하고 해외직구 화장품 안전검사도 확대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판매량이 많은 제품일수록 가품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AI를 활용하면 가품 자체뿐 아니라 판매 콘텐츠까지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어 기존보다 훨씬 촘촘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