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 농심

1986년 10월, 사나이를 울리며 출시한 신라면이 올해로 불혹을 맞았다. 지난 40년간 누적 매출은 20조원, 판매량은 약 425억개에 달한다. 전체 누적매출의 약 40%를 해외에서 벌어들일 만큼 세계 100여개국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글로벌 라면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매운 맛이 세계인의 일상으로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아시안 코너에서 '메인 매대'로…호주 1위 넘본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맥쿼리센터의 울워스(Woolworths) 매장. 8번 국제식품 코너엔 'Moved to Noodle aisle(누들 코너로 옮겼습니다)'라고 적힌 안내판이 걸려 있다. 'Nongshim Noodles'라는 문구와 함께 신라면·김치라면·신라면 툼바 등 농심 라면 5종의 사진이 붙었다. 실제 메인 매대를 가보면 농심 라면들이 매대 두개층을 장악했다.
울워스는 호주 슈퍼마켓 시장 1위 업체다. 한국 라면 브랜드가 울워스의 아시안·인터내셔널 식품 코너를 벗어나 메인매대에 진입한 건 농심이 처음이다. 교민과 아시아계 소비자가 주로 찾는 제품에서 이제는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글로벌 누들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판매 기반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울워스는 주차별·점포별 판매 데이터를 토대로 판매가 좋은 제품의 진열 공간을 늘리고 부진한 제품은 매대에서 제외한다.

신라면을 중심으로 판매실적이 쌓이면서 농심의 다른 라면과 스낵 제품의 노출 기회도 넓어졌다. 호주에서 농심의 SKU(제품 수)는 2021년 19개에서 올해 43개로 늘었다.
농심은 2023년 인도푸드(IndoFood)를 제치고 호주 라면시장 2위에 오르더니 지난해 1위 업체 네슬레(Nestle)와의 격차를 3%포인트(P)까지 좁혔다. 특히 비아시아계 소비자에게 신라면 툼바 등의 크리미한 맛이 호응을 얻으면서 구매층이 10~30대 젊은 현지인으로 확장됐다. 호주법인 매출은 지난해 633억원,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5.9% 증가한 380억원을 기록했다.
박성진 호주법인장은 "울워스에서 성과가 난 만큼 콜스(Coles)·알디(ALDI) 등 나머지 유통 채널에서 더 성장시켜 앞으로 3~5년 안에 호주 라면시장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며 "라면 뿐만 아니라 알새우칩·양파링 등 호주에서 인기 있는 농심 과자들을 앞세워 스낵도 5위 안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1분에 500개씩…쉴 새 없이 돌아가는 美신라면 공장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몽가. 로스앤젤레스 동쪽, 샌 앤토니오 산을 배경으로 농심 1·2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신라면은 이곳에서 만들어져 미국 전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중미 시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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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장 믹서실에 들어가자 면 생산 공정이 한창이었다. 라면 설비의 핵심 '캐파(생산능력)'를 키우는 것은 밀가루와 배합수를 섞어 반죽을 만드는 연속 믹서다. 농심의 국내·외 공장을 통틀어 3대뿐인 연속 믹서 중 2대가 이곳에 설치돼 있다.

연속 믹서는 규모부터 압도적이었다. 높이 3m로 믹서 하나가 차지하는 공간만 20평정도다. 밀가루와 배합수를 투입하자 재료가 쉴 새 없이 뒤섞였다.
설비를 따라 아래층으로 이동하던 반죽은 성인 남성 상체만큼 두툼한 채 출발해 7단계 롤러 과정을 거치며 얇아지더니 설비 끝에서선 10줄씩 물결치듯 꼬불꼬불한 모양으로 연노랑색 면발로 뽑혀 나왔다. 이후 약 130도 기름에 튀겨지면 라면 면발이 완성된다. 신라면 봉지면은 이 과정을 통해 1분당 500개씩 생산된다.

농심이 미국 생산 시설을 확대한 배경에는 현지에서 늘어난 수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2020년 이후 라면의 인기가 치솟자 2022년 5월 제2공장을, 2024년 10월 신규 용기면 고속라인을 가동했다. 생산 시설 확대는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미국 법인의 연매출은 2021년 3579억원에서 지난해 5243억원으로 뛰었다. 신라면 브랜드 매출은 같은 기간 1억916만달러에서 1억8823만달러로 늘었다.
2017년 국내 식품업계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 전 점포에 입점한 농심은 이듬해 월마트, 코스트코 등 현지 유통점 매출이 아시안 마켓 매출을 앞지르며 주류 시장으로 판매 기반을 넓혔다.
고윤종 섹션장은 "제품을 잘 만들어도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 시장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 공장은 농심이 현지 유통망과 설비 확대로 미국 소비자 일상으로 파고 들었음을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