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독자 AI(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모두의 AI', 프런티어 AI 등 국가 주도 AI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중이다. 그사이 국내 AI 앱 시장에서 오픈AI 챗GPT의 점유율은 지난달 90%를 넘어섰다.
정부가 독자 AI 개발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소버린 AI'가 있다. 해외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AI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글로벌 IT 기업들을 취재하면서 다른 시각도 확인했다. 해외 IT 기업들은 자체 기술 개발뿐 아니라 기업의 데이터와 AI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 확보도 강조한다. 소버린 AI가 모든 기술의 국산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독자 기술 확보가 시장 성공까지 보장하지도 않는다. 삼성전자(215,500원 ▲5,500 +2.62%)는 2010년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에 맞서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 '바다'를 선보였지만 앱 생태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대체하려던 국산 OS들도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용자는 기술의 국적보다 성능과 편의성을 선택했다.
AI도 마찬가지다. 국가안보와 핵심 인프라처럼 기술 통제권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독자 AI 역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 서비스는 국산이라는 이유로 성능이 떨어져도 선택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해외 오픈 모델을 활용하면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서비스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일반 서비스 개발에 국산 모델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기술 의존과 라이선스 변경 위험은 따져야 한다.
정부 지원의 방향을 돌아볼 시기다. 막대한 개발 비용을 고려하면 독자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는 필요하다. 다만 정부 주도 사업 가운데 AI 기업들이 고객 확보보다 과제 수주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정부의 AI 육성 정책은 독자 모델 개발 자체를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개발한 국산 AI의 숫자가 아니라 고객과 시장 확보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기술에 투자하는 동시에 기업의 데이터와 AI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도 확보해야 한다. 민간 서비스에서는 국산 모델과 해외 오픈 모델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시장에 맡겨야 된다. 그래야 정부 지원이 끝난 뒤에도 이용자가 선택하는 AI 서비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