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고가 비만약, 언제까지 개인 책임인가

[우보세]고가 비만약, 언제까지 개인 책임인가

박미주 기자
2026.10.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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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마운자로' 용량별 1펜 기준 단순 환산가/그래픽=이지혜
국가별 '마운자로' 용량별 1펜 기준 단순 환산가/그래픽=이지혜

"한국 비만 환자가 글로벌 호구 같아요." 최근 만난 비만약 '마운자로'를 투여하는 환자가 남긴 볼멘소리다.

실제 한국의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계열 비만약 가격은 주변국보다 높다. 본지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확보한 비만약 공급 가격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마운자로프리필드펜주 2.5㎎ 1펜의 올해 1~6월 공장도출하가(도매 공급가)는 6만8397원이다. 일본 공급가격 1만3340원의 5.1배에 달한다.

유럽 5개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 평균가와 비교했을 때도 한국의 마운자로 1회분 공급 가격이 더 높았다. 5㎎ 제품은 5%, 7.5㎎은 6%, 12.5㎎은 7% 각각 더 비쌌다.

일본, 프랑스 같은 나라는 GLP-1 비만약이 급여라 국가에서 가격을 통제하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완전 비급여라 제약사, 의료기관, 약국이 마음대로 값을 올려받을 수 있다. '약가 무법지대'인 셈이다.

한국의 비만율은 생각보다 높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의 비만율은 41.5%에 달했다. 여성 비만율은 24.2%였다.

이에 가격이 훨씬 저렴한 일본으로 '원정치료'를 감행하는 환자들이 상당하다. 그러나 일본 의사로부터 비만약을 처방받더라도 한국 세관의 문턱을 넘기지 못한다. 정부가 비만약 오남용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이를 단속하기 때문이다.

비만 환자들 사이에서 정부가 환자들에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만약의 해외 반입만 차단하고 국내 고가 판매를 방치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치료권보다 글로벌 제약사의 이익만 보호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제는 정부가 약가 테이블 전면에 나서야 한다. 최근 프랑스는 고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마운자로 등의 약값을 최대 100%까지 지원하는 전면 급여화를 단행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8월부터 마운자로 약가가 25% 인하됐다. 판매 규모가 커지면서 약값을 낮추는 제도가 적용된 결과다.

그나마 지난 7일 GLP-1 비만약 '위고비'의 급여 신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접수됐다. 그러나 실제 국내에서 위고비의 급여 적용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만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이 아닌, 고혈압과 당뇨를 초래하는 사회적 '질병'이다. 더 이상 환자들을 저렴한 약을 찾아 국경을 넘나드는 '범법자'로 방치할 수 없다. 비만약을 포함한 고가 비급여 의약품과 진료비의 관리 체계를 실현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부의 책무다.

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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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보건정책, 제약업계 등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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