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손해보험보다 생명보험이 더 급합니다. 이대로면 사업 못합니다."
예금보험료율 인상안을 둘러싸고 보험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연구용역에서 제시된 인상률이 나왔을 땐 인상폭이 가장 큰 손보업계의 부담이 주목 받았지만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생보업계다. 연구용역안을 적용할 경우 손보업계 추가부담은 5726억원, 생보업계의 추가 부담은 손보업계의 2배에 가까운 9271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생보업계 전체 당기순이익의 18.7%에 달하는 규모다.
예보 연구용역은 생보 예보료율을 현행 0.15%에서 0.40%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생보업계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어떤 금융업권보다 기금도 성실히 내고, 기금에 부담될 정도로 부실이 발생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보업권의 지난 연말 예금보험기금 적립률은 0.9003%다. 현행 목표 범위인 0.660~0.935% 안에 든 유일한 업권으로 상한에도 근접했다. 목표기금제가 도입된 2009년 이후 생보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적도 없다.
예보료 인상 명분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오른 예금보호한도 상향이지만 은행이나 저축은행과 달리 보험업권은 이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과거 예보 연구용역은 보호한도 상향을 반영해도 생보업계의 적정요율을 0.171%로 추정한 바 있다. 2023년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도 같은 수치가 담겼다. 불과 3년 만에 적정요율이 2.3배로 뛰었는데 정작 왜 이런 수치가 나왔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다.
보험사들은 그래서 연구용역의 예보료 인상안에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 정리비용이 포함됐다고 의심한다. 사실이라면 개별 보험사의 부실 처리 비용을 업권 전체가 부담하는 셈인데 이 역시 업계에선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이미 보험사는 지급여력제도(K-ICS) 등 강도높은 건전성 규제를 맞춰야 하고,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쌓느라 주주환원도 못한다는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외환위기 당시 금융권 부실을 수습하기 위해 2003년부터 25년간 납부해 온 특별기여금도 내년이면 종료된다. 장기간 이어진 부담이 끝나기도 전에 더 큰 청구서가 날아든 모양새다.
오는 30일 네 번째 예보료 인상을 논의할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린다. 기금 확충이 필요하더라도 업권별 특성과 적정 적립 수준을 따져 별도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목표를 달성했는데 인센티브는커녕 오히려 부담이 더 커진다면 목표기금제를 운영하는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기금을 충실히 쌓은 업권에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구조라면 이를 선뜻 받아들일 기업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