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청년은 왜 좌절하나]⑩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는 시민들이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2026.06.07.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2210413174341_1.jpg)
# 대기업에 다니는 1992년생 김민성씨(가명)는 지난 6월 7일 아내와 함께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살면서 처음 자발적으로 참여한 집회였다. 김씨는 "주거권은 박탈당했고, 기회는 사라졌다. 그들(기성세대)은 책임지지 않고 이제는 투표권마저 침해당했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내가 지켜왔던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2001년생 최지예씨는 동덕여대 재학 시절 남녀공학 전환 문제로 폭력시위가 벌어진 이후 '폭력시위 반대 운동'에 나섰다. 최씨는 "극단적 행동이 여성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대변되는 모습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청년의 목소리를 제도권에 전하는 가교가 되겠다는 목표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씨는 6·3 지방선거에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국회의원실 인턴비서관으로 일하며 현실 정치 경험을 쌓고 있다.
취업난과 주거 불안, 자산 격차에서 비롯된 청년들의 박탈감이 정치적 행동으로 분출되고 있다. 불공정과 이중잣대에 반발해 직접 거리로 나서거나 제도권 정치에 뛰어드는 청년이 늘고 있다. 청년층 표심은 오래전부터 선거 승패를 가르는 변수로 꼽혀 왔고, 총선과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도 청년 구애에 사활을 걸었다.

6·3 지방선거 직후 시작된 올림픽공원 집회는 청년층의 자발적 결집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선거관리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SNS(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지면서 집회 경험이 없던 청년들도 거리로 나왔다. 지방선거 직후 열렸던 집회 초기에는 정파적인 이유보다 참정권 보장과 절차적 공정성을 강조하며 자원봉사 등에 나선 참가자들이 주목받기도 했다.
청년 세대의 정치 참여 배경으로는 공정한 경쟁과 보상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취업과 자산 형성은 갈수록 어려운데 정치권은 청년의 삶보다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내로남불'로 요약돼 온 진보 성향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이 그동안 정치적 표현을 자제해 온 보수 성향 청년층의 행동을 이끌었다는 해석도 있다.
이런 흐름은 표심에서도 확인된다. 머니투데이 더300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6월 20~21일 실시한 6·3 지선 사후분석 여론조사에서 18~29세 남성의 62%, 30대 남성의 59%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했다. 정원오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은 20대 남성 12%, 30대 남성 27%였다. 특히 20대 남성의 63%, 30대 남성의 59%는 부동산 정책이 후보 선택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정치적 구호보다 집값·주거비 같은 현실 문제가 청년들의 판단에 작용했다는 얘기다.
청년 정치 참여가 보수 진영이나 남성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2030 여성의 집회 참여가 두드러졌다. 서울시 생활인구 통계를 분석한 결과,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12월 14일 여의도 탄핵 촉구 집회 일대 인구의 약 29%가 2030 여성이었다. 응원봉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매개로 결집한 이들은 탄핵 정국의 주요 참여층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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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정치 활동은 제도권 도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6·3 지선에는 역대 최다인 810명의 10~30대 청년 후보가 출마했다. 이 가운데 403명이 광역·기초의회에 입성해 당선율은 49.7%였다.
정치권도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을 겨냥해 청년 정책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9월 청년 233명이 참여하는 청년정책기획단을 출범시켰고, 오는 11월 제1호 '청년정책 패키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민주당도 청년미래연석회의와 1030정책단 등을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책과 입법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6·3 지선을 전후로 정치권에 뛰어든 최지예 전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22일 머니투데이 더300과 만나 "그동안 정치권에서 청년은 의사결정 주체가 아닌 홍보 수단으로 소비돼 온 측면이 있다. 정책 설계 과정에서 실질적인 의견 반영이 이뤄졌다는 것에 의문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정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나이만 어린 대표자가 아니라 청년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정책으로 구현할 역량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