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대법관 공백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최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다음달 퇴임하는 이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다. 노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약 5개월만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법원이 대통령과의 대면이나 사전 조율 없이 손 후보자를 서면 제청한 것은 경우에 맞지 않는다며 재제청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제청이 현실화하면 대법원이 후보자 천거 공고부터 인선 절차를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이달말이나 다음달 초 인선 절차를 다시 시작하면 대법원장의 제청은 빨라도 오는 10~11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까지 고려하면 실제 임명은 연말까지도 밀릴 수 있다. 대법원-청와대가 재차 이견이 생기면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 과거 대법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이후 새 후보자를 추리고 임명까지 3개월이 소요됐다. 2012년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대법원은 사퇴 후 약 2주뒤 천거 공고를 냈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새 후보자를 추려내기까지 약 50일이 걸렸다. 대법원장이 김소영 당시 부장판사를 제청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동의를 거쳐 실제 임명되기까지는 후보자 사퇴 시점부터 약 3개월이 소요됐다.
한 부장판사는 "이미 4명 중 한명을 골라 제청했는데 절차가 문제가 돼서 재제청 요구가 들어오면 남은 3명 중에 제청할 것 같지는 않다"며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선례를 볼 때 아예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음달 7일 퇴임하는 이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 부장판사는 비교적 빠르게 임명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김 후보자는 제청 과정에서 청와대와 대법원 간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이달 중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다음달 중하순쯤 임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임명동의안 제출일부터 20일 이내에 심사나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이 대법관 퇴임 전에 후임이 임명되지 않으면 대법관 두 자리가 동시에 공석이 된다. 한 부장판사는 "두 자리가 동시 공석이 되면 사건 적체가 생길 수 있다"며 "대법원 3부에 있던 노경필 대법관이 행정처장이 됐고, 이 대법관도 퇴임을 하면 3부는 이숙연·오석준 대법관만 남아 소부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재편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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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재제청 방식이다. 헌법과 법률에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반려하거나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이 없고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다. 청와대가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제출을 보류할 경우 인선 절차가 재개되지 못한 채 공백만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