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턱 밖에 안 보여" 남들은 피하는데…장애인석 70%가 '1열'

"배우 턱 밖에 안 보여" 남들은 피하는데…장애인석 70%가 '1열'

김서현 기자
2026.08.2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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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X 명당 경쟁 속 장애인은 좌석 선택권 제한
화장실·상영관 이동에도 곳곳 불편…"같은 티켓값 내는데"
"문화생활 누구에게나 더 열린 공간 돼야"

차미경 작가(57)가 영화관 맨 앞줄에 위치한 장애인석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차미경 작가(57)가 영화관 맨 앞줄에 위치한 장애인석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며칠 동안 목이 아플 것 같아요."

지난 26일 저녁 서울의 한 영화관. 차미경 작가(57)는 아이맥스(IMAX)관 맨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스크린을 바로 앞에서 올려다봐야 하는 자리였지만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장애를 다룬 '기울어진 스크린'의 저자인 그는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2007년부터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 영화 '오디세이'의 흥행으로 IMAX 등 특수관 예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온라인에서는 상영관별 명당을 따져보는 글이 잇따른다. 좌석별 관람 후기도 활발히 공유되는 가운데 맨 앞줄은 목 통증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이어지며 기피 대상으로 꼽힌다. 배우들의 턱만 보인다는 뜻에서 '턱디세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이런 맨 앞줄을 피하기 어렵다.

영화관 장애인 관람석 상당수는 맨 앞줄에 몰려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국내 4개 멀티플렉스 체인(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씨네Q)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 극장 장애인 관람석 설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장애인 관람석 5987석 가운데 약 70%인 4182석이 맨 앞줄에 위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차미경 작가가 전동 휠체어에 탑승한 채 영화관 내부를 응시하고 있다./사진=김서현 기자.
차미경 작가가 전동 휠체어에 탑승한 채 영화관 내부를 응시하고 있다./사진=김서현 기자.

이날 기자는 차 작가와 함께 '오디세이'를 IMAX관에서 관람했다. 장애인석은 1열 가운데에 있었고 일반 1열 좌석보다도 스크린 쪽으로 한두 걸음가량 더 가까웠다.

차 작가는 "장애인석에 앉다 보면 좌석 앞에 '특별히 끼워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며 "똑같이 티켓값을 지불하고 온 건데 그 점이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광고가 시작되자 차 작가는 고개를 한껏 젖힌 채 화면을 바라봤다. 스크린이 시야를 가득 채우면서 등장인물의 얼굴 전체보다는 하관이 두드러져 보였다. 긴 자막이 나오면 한눈에 읽기 어려워 시선을 좌우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차 작가는 관람 중에도 연신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

차 작가는 "원시가 있는 관계로 정신없이 구도가 바뀌는 전투씬에서 피아 구분이 어려워 '이기는 팀 우리팀'의 심정으로 장면을 시청했다"며 "웅장한 배경에 줌인·아웃이 반복될 때는 물체가 너무 가까이 느껴져 멀미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차미경 작가가 IMAX관 장애인석에서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화면이 가까워 고개가 뒤로 잔뜩 꺾인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차미경 작가가 IMAX관 장애인석에서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화면이 가까워 고개가 뒤로 잔뜩 꺾인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불편은 영화를 보는 동안에만 그치지 않았다. 좌석에 앉기 전부터 영화관 곳곳에서 휠체어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영화관 로비에 들어섰을 때 팝콘 냄새가 진동했지만 차 작가는 극장에서 팝콘을 즐겨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휠체어를 끌고 장애인석에 자리 잡으면 팝콘 통을 올려둘 곳도, 탄산음료를 꽂아둘 공간도 마땅치 않아 영화만 보고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영화 시작 10분 전에는 장애인 화장실을 찾았다. 안쪽으로 밀어야 열리는 문 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내려와 있어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했다. 동행한 기자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 교환대를 접은 뒤에야 차 작가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상영관으로 이동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검표 과정에서 '장애인석 표시'를 보여줬지만 직원은 IMAX관 위치만 안내했다. 복도 끝에 도착하자 상영관으로 들어가는 두 입구 모두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주변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별도 이동 경로를 알리는 안내도 보이지 않았다.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직원은 차 작가에게 "걸을 수 있냐"고 물었다. 옆에 있던 기자에게는 "부축이 가능하냐"고 했다. 차 작가가 어렵다는 뜻을 밝히자 직원은 한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이를 타고 경사로가 마련된 아래층 입구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려면 무거운 문 두 개를 지나야 했다. 휠체어를 탄 채 혼자 통과하기는 어려웠다.

차 작가는 "휠체어에 탑승한 장애인에게 '걸을 수 있냐'는 질문은 폭력적이지만 의외로 일상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라며 "턱이나 계단이 많지 않으면 이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불편은 이어졌다. 들어올 때 이용했던 엘리베이터를 찾아갔지만 이미 운행이 종료된 상태였다. 결국 차 작가는 다른 이동 경로를 찾아 영화관을 빠져나와야 했다.

차 작가는 "영화를 보고, 전시를 감상하고, 여행을 다니는 등 일상의 소중한 동인이 되는 문화생활을 장애인들은 쉽게 누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영화는 그중에서도 비교적 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인 만큼 더 열린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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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기자

사회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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