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불편해" 비웃음 샀는데…20년 된 '아이팟' 4000만원 '대박'[뉴스속오늘]

"비싸고 불편해" 비웃음 샀는데…20년 된 '아이팟' 4000만원 '대박'[뉴스속오늘]

이재윤 기자
2026.10.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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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1년 10월 2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의 타운홀 강당 무대에 오른 스티브 잡스(Steve Jobs)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공개한 아이팟 1세대./사진=애플.
2001년 10월 2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의 타운홀 강당 무대에 오른 스티브 잡스(Steve Jobs)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공개한 아이팟 1세대./사진=애플.

'주머니 속에 노래 1000곡.'

1000곡을 주머니에…'CD시대' 흔든 아이팟의 등장

2001년 10월 2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의 타운홀 강당 무대에 오른 스티브 잡스(Steve Jobs) 당시 최고경영자(CEO)는 청바지 주머니에서 카드 크기의 흰색 기기를 꺼내 들었다. 바로 '아이팟'이었다. 지금은 찾아보기 조차 힘든 CD플레이어로 주로 음악을 듣던 시절, 휴대용 MP3 플레이어 아이팟은 이날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첫선을 보인 아이팟은 초소형 5기가바이트 하드디스크를 탑재해 CD음질의 노래 약 1000곡을 담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불편하게 CD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기존의 MP3 플레이어보다 용량은 큰데 훨씬 가벼웠다. 전면에 대형 화면과 원형 스크롤 휠, 중앙 선택 버튼과 조작 버튼이 배치됐다. 원하는 음악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한 이 단순한 조작 방식은 이후 아이팟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출시 초기 아이팟을 향한 시장과 언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조롱에 가까웠다. 당시 시장에는 이미 플래시 메모리 방식이나 하드디스크 방식의 MP3 플레이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경쟁 기기들에 비해 기능이 단순하고 가격이 399달러로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애플 맥 전용 소프트웨어만 지원해 '윈도우 우세' 시장에서 한정된 액세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실제 이용자들의 온라인 게시판에서 아이팟을 두고 "비싸고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이용자들은 '아이팟'을 'I Prefer Other Devices'(나는 다른 기기를 선호한다)나 'Idiots Price Our Devices'(바보들이 우리 기기의 가격을 매긴다)는 말의 약자라고 비꼬기도 했다.

개발 과정에서도 기술적 고충이 컸는데 스티브 잡스는 시제품의 내부 빈 공간을 없애기 위해 기기를 물에 던져 기포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며 크기를 줄이라고 독촉했다. 또 스티브 잡스가 출시를 불과 며칠 앞두고 헤드폰 단자에 잭을 꽂을 때 느껴지는 '딸깍'하는 결합감이 너무 약하다는 이유로 이미 생산된 초기 물량 전량을 다시 분해해 새로운 단자로 교체하도록 지시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 같은 비난에도 애플은 지속적인 제품 개선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1세대 아이팟 출시 이후 애플은 이듬해 곧바로 2세대 제품을 선보였다. 손가락 감응식 터치 휠을 도입하고 윈도우 운영체제 지원을 추가했다. 이후에도 충전 포트와 저장 용량 디스플레이, 사용자 버튼 등 2005년까지 매년 개선된 신제품을 선보였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01년 10월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아이팟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올어바웃스티브잡스 화면 갈무리.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01년 10월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아이팟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올어바웃스티브잡스 화면 갈무리.

흰색 이어폰이 '상징'으로…아이팟 전성시대

아이팟의 진가는 2003년 4월 합법적 음원 판매 플랫폼인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 출시와 함께 폭발했다. 곡당 0.99달러의 단품 음원 판매 모델은 불법 다운로드로 침체된 음반 산업을 디지털 음원 유통 중심의 새로운 생태계로 바꾸어 놓았다. 감각적인 실루엣 광고 캠페인은 아이팟과 흰색 이어폰을 단순한 전자기기에서 시대의 문화적 상징이자 심볼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아이팟 시리즈는 글로벌 MP3판매의 70%이상을 독점하며 전 세계적으로 누적 판매량 4억대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이팟 출시 전 파산 위기에 내몰렸던 애플은 이 같은 대성공으로 거액의 자산을 확보하게 됐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때 축적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 유통 통합 노하우는 2007년 아이폰이 탄생하는 '결정적 초석'이 됐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무선 네트워크 기반 음원 스트리밍이 확산되면서 '아이팟의 시대'도 차츰 저물었다. 스티브 잡스가 터치스크린을 갖춘 대화면 아이팟이라며 선보인 아이폰이 음향기기 기능을 흡수함에 따라 단독 MP3 플레이어의 수요가 급감했다. 애플은 2014년 아이팟 클래식 단종을 시작으로 2017년 나노와 셔플의 생산을 중단했고, 2022년 5월 10일 마지막 모델인 아이팟 터치 7세대의 생산을 종료했다.

이후 애플은 21년 만에 아이팟 브랜드의 단종을 선언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아이팟 터치도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애플은 2022년 5월10일 아이팟 터치를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만 판매한다고 발표하면서 20년 넘게 이어진 아이팟 시대의 종료를 공식화했다. 당시 애플은 "아이팟의 정신은 아직 살아 있다"며 아이팟이 제공했던 서비스는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 자사 제품 전반에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제품은 사라졌지만 오래된 아이팟은 오히려 수집품이 됐다. 2023년에는 2001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구입된 뒤 20년 넘게 포장조차 뜯지 않은 1세대 아이팟이 수집품 투자 플랫폼 랠리(Rally)에서 2만9000달러(한화 약 4000만원)에 팔렸다. 최초 구입가는 399달러였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수익률은 약 73배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 CEO 재직 시 만들어낸 제품들. 윗줄 왼쪽부터 1984년 소개된 매킨토시 컴퓨터, 아이맥 DV(1999), 최초의 아이팟(2001), 아랫줄 왼쪽부터 맥북 프로(2009), 1세대 아이폰(2007), 아이패드(2010)./미국=AP/뉴시스
스티브 잡스가 애플 CEO 재직 시 만들어낸 제품들. 윗줄 왼쪽부터 1984년 소개된 매킨토시 컴퓨터, 아이맥 DV(1999), 최초의 아이팟(2001), 아랫줄 왼쪽부터 맥북 프로(2009), 1세대 아이폰(2007), 아이패드(2010)./미국=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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